동북아(東北亞) 3개국 한ㆍ중ㆍ일, 지구가 태동하고 역사가 시작하며 오늘날까지 숙명적으로 얽혀 온 나라다. 지금 이 순간까지 삼국관계는 실타래가 엉키고 꼬인 것처럼 도무지 그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인류 역사상 이 같은 묘한 관계가 이웃하고 있는 곳은 아마 없을 듯싶다.

그래서 이 세 나라를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숙명적 관계’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럴지라도 어리석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나 동양의 이 3국으로부터 시작되는 ‘반전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고무적인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나 아직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답답한 현실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세 나라는 동 시기에 지도자가 교체되면서 향후 전개될 동북아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한 궁금증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의 인수인계를 앞두고 있는 여성 지도자의 출현은 중ㆍ일 양국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등 열강들을 곁눈질 하게 하며 한편으론 긴장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당선인의 신분인데도 불구하고 경쟁하듯 서둘러 일본과 중국의 특사가 파견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라 하겠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새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 5일 중국 신 지도부가 지향할 노선에 대해 강한 어조로 언급하면서 시진핑 지도부의 향후 정책 방향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즉, 중국 공산당의 성패는 ‘중국식 사회주의 노선 견지’에 있다며, 중국식 사회주의야말로 중국 국민의 요구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세계화의 일원이자 명실상부 G2로서 책임져 나가야 할 인류 공영이 아닌 중국만의 교조주의적이며 야만성이 내재된, 시대에 뒤떨어진 중국식 노선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시대적․이념적․정치적으로 낙후된 성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일본은 극우를 표방하는 전통 자민당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거사 문제와 영토 문제로 동북아는 일단 경색될 조짐과 함께 우려를 낳아 왔다. 그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제동을 걸고 나섰고, 이에 일본은 일단 유보입장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 독도나 과거사 문제에 강경 일변도를 견지해 오던 아베 총리는 과거와는 달리 집권 이후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전 총리가 과거사 사죄와 반성, 그리고 한일병탄조약은 부당한 조약임을 단언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주장이나, ‘고노 담화(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일본 정부 관여를 최초 시인한 담화)’ 수정방침을 정부가 아닌 민간 연구에 맡기겠다는 것 등이 한 예가 되겠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긴장을 명분 삼아 11년 만에 방위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는 점과 센카쿠열도 상공의 중국 항공기 침입을 막기 위해 항공자위대의 전투기 운용도 개선하라고 방위성 등에 지시했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3월로 예정된 교과서 검정이나 야스쿠니 참배 계획 등 한반도를 둘러싼 한ㆍ중ㆍ일의 민족적 우경화 노선에 따른 첨예한 대립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때와 상황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새로이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어떠한 정치력과 외교력을 발휘해 나갈까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지역ㆍ계층ㆍ세대ㆍ노사ㆍ종교 간 갈등을 허물고, 나아가 남북 간 긴밀한 관계를 통해 화해와 협력의 해빙무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언급한 바대로 한반도 주변국과의 갈등 국면을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면서 동북아 신질서의 주체 내지 리더로 자리매김하느냐가 당면 과제이자 지상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결국 동북아의 질서를 넘어 새롭게 구축되는 세계질서에 초석이 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세계평화는 한층 앞당겨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그래도 새롭게 시작하는 한ㆍ중ㆍ일 삼국의 지도자가 당면한 이 경색 국면에서 한 발씩 물러나 양국 또는 3국 관계 회복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희망 섞인 추측과 기대를 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프랑스의 한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한ㆍ중ㆍ일의 동북아 3국의 새 정부가 실용주의를 통해 이 지역에 고조되고 있는 긴장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는 데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유행어처럼 그래도 협력해 이룰 동북아 긴장완화와 평화구축의 주체요 책임국가들이라는 숙명적 업보(業報)를 한ㆍ중ㆍ일은 함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즘에서 생각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조선을 침략해서가 아니라 동양의 평화를 해치기에…”라며 3발의 총탄을 날린 이유를 밝힌 안중근 의사의 ‘동양 평화사상’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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