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학과 이일주 교수

얼마 전 보도에 대학을 졸업한 딸의 취업 진로 문제로 모녀가 크게 다투었는데, 어머니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딸이 어머니를 경찰에 고발하였다는 어이없는 기사가 있었다.

공부만 잘하면 무엇을 해도 괜찮다고 해서 어렸을 때부터 인성교육을 소홀히 한 탓에 생겨난 불상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인간의 근본 성품이 아주 어려서 형성되고, 어린 나이에 형성된 습성은 좋든 그르든 평생 고쳐지지 않으므로 인성교육은 일찍이, 그것도 세 살 전후에 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언제부터 이런 격언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말이 주는 교훈이 현대 학문인 발달심리학에서 규명된 교육의 원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 발달의 여러 측면 중에 만 3세부터 5세까지의 유아기에 형성되는 것은 비단 인성뿐만이 아니다.

만 3세를 전후하여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고도 부모와의 놀이 같은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언어가 급속하게 발달하며, 만 4세가 되면 50% 수준의 지능이 발달하고, 만 5세가 되면 80%의 지능이 발달하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만 5세를 전후해서는 사회성이 급속하게 발달하고, 정서도 매우 안정되어 간다. 창의력의 기초가 되는 상상력도 유아기에 가장 풍부하게 길러진다.

이와 같이 한 인간으로서 길러야 할 인성, 정서, 지능, 창의성, 사회성 등등 모든 발달의 기초가 유아기에 형성되기 때문에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때를 인간발달의 결정적 시기라고 부른다.

유아기에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대뇌 속에 평생 각인되는데, 유쾌한 경험보다도 불쾌한 경험들이 더욱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지식이나 경험이 이 시기에 각인되면 오히려 아동기 이후의 생활이나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데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아이들이 가장 가기 싫다는 학원으로 내몰려서 외국어와 각종 특기교육을 받느라 괴로운 유아기를 보내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일찍 가르치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조화롭게 발달해야 할 어린이들을 부모가 원하는 특정한 지식이나 능력을 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일부 부모의 그릇된 자녀교육관이 어린이들의 인성발달을 크게 해치고 있는 것이다.

높은 건물을 지으려고 할수록 기초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 이치와도 같이 유아기에는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품성과 안정된 정서, 그리고 가족이나 또래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과 신체적인 건강,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 풍부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풀검은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하였다. 이 말은 인간이 지녀야 할 모든 발달특성의 기초는 유아기 교육에서 다져진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유아와 그렇지 않은 유아들이 함께 다니는 유치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이다. 만 5세 반에서는 뇌성마비인 어린이와 짝꿍인 어린이는 ‘토할 것 같다’고 말하는데, 만 3세 반의 어린이는 뇌성마비를 가진 친구를 고쳐주기 위해 ‘커서 의사가 되겠다’고 말하였다. 이를 통해 보더라도 자녀교육에서 일찍 시작할수록 좋은 것은 인성교육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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