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선거가 끝났다. 박근혜 후보가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되면서 경제계, 특히 재벌 대기업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소문이다. 그러면서도 당선인이 내걸었던 경제공약 특히 경제민주화 공약의 정책화가 미칠 경로나 영향력에 대해 불안한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가 수출감소, 내수침체,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이래 시간이 지날 때마다 하방 수정됐던 경제전망치를 보고 정부나 예측기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머쓱할 만도 한데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올해 우리 경제는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당초 전망한 3%대 상반에서 대폭 하향 조정된 2%대 하반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전망의 전제가 더욱 악화되거나 개선이 지연된 탓도 있으나, 경제 각 주체의 대응역량을 결집하지 못한 실수도 크다 하겠다.

문제는 내년에도 경제상황이 나아질 요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전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의 상․하방 리스크에 있어 유로지역 재정위기 장기화, 미국 재정절벽 등과 같은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과거 예측오차를 감안할 때 2013년의 전망구간은 2.5%에서 3.9% 정도로 설정한 바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우리 경제가 2%대 L자형이라는 성장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크게 우려한다. 위기타개를 위해 각고의 노력결집이 필요하며 재정역할 강화, 통화금융 신축화, 환율정책, 규제완화와 제도개선 등과 같은 복합적 제안을 하고 있다. 수출을 촉진하고 소비도 유도하며, 특히 위축된 기업투자를 회복시키자는 얘기이나 그리 녹록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내년 수출여건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57%에 달한다. 호전될 것으로 본 기업은 12%에 불과하다. 수출여건 악화의 배경으로 선진국 경기침체 장기화, 환율하락, 신흥국 경제부진, 원자재가격 등의 순으로 들고 있다. 수출시장에 먹구름이 끼여 있고 수출둔화가 장기화할 조짐이라는 말이다. 문제 해결의 선택이나 주도권을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1.0% 감소한 기업 설비투자 규모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평균 1.3%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불확실성으로 투자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말과 다름없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 하강국면은 과거의 불황과는 달리 전 세계, 전 업종에 걸쳐 있고 회복시점의 예측이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위기의 상시화 장기화에 대응하여 대부분의 기업이 이미 보수적 경영을 넘어 위기관리,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투자축소나 자산매각, 인력 조정방안을 강구함으로써 오히려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제 선거도 끝난 만큼 국론을 통합하여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여야 한다. 정부·기업·가계의 역량 총결집이 필요하다. 기업이 앞장 설 때다. 혁신과 진취정신은 기업의 몫이다. 미래지향적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국가경제의 견인차라는 기업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비판을 일시 모면하자는 경영자세로는 국민의 공감과 위기극복을 어렵게 만든다.

정부를 포함하여 당선자는 조화롭고 통합된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과 시장 현장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각 경제주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선거공약은 정책화 과정에서 현실적합성, 실현가능성, 구체적 타당성과 글로벌 기준에 맞는지 꼼꼼히 따져 완급을 가리기를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