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해한 뒤 8년 동안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자수한 5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형을 언도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최철환 부장판사)는 택시비 지급을 면하기 위해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8년 뒤 자수한 A(55)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범인의 단서가 확보되지 아니한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이 자수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택시비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고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던 점 등이 인정되므로 이와 같이 형을 정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세상의 어떤 가치와도 대체할 수 없는 존엄한 것으로 국가나 사회가 우선적으로 보호하여야 할 최상의 가치이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강하게 못 박았다.

또한 “A씨의 범행 이후 피해자의 유족들은 8년 동안 범인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범인으로 의심받는 등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피해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해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게 엄한 처벌을 할 것을 바라고 있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00년 6만 원을 주겠다고 하며 택시를 잡아탔고 택시비가 부족하자 주민등록증과 현금 3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했으나 다시 돌려줬고 다음날 택시비를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후 택시에서 잠이 든 A씨는 피해자가 화가 나 있는 것으로 생각해 도망갈 것을 마음먹고 대변 핑계를 대며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넘어지는 바람에 택시기사에게 붙잡히게 됐고 이에 A씨는 흉기로 피해자의 목과 머리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한편 A씨는 “택시기사의 덩치가 크고 인상이 험악해 보여 폭행당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람을 살해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지만 A씨의 경우 형법 제52조 제1항의 ‘죄를 범한 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용됐다.

또한 A씨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후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2회의 자살시도 끝에 자수에 이르게 됐으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에 대해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동법 제53조를 적용해 형을 감경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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