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쎄 텐진 남카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 텐진 남카스님 인터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작년까지 최근 4년 동안 티베트인 95명이 분신했다. 어린아이와 임산부, 농부와 승려 등 연령과 계층이 다양하다. 이들은 ‘자유’를 외치며 광장과 사원 등에서 몸을 불살랐다. 이들이 요구한 ‘자유’는 티베트 종교를 따르고 티베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살생을 금하고 있기에 분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에는 중국불교계가 이 점을 들어 티베트인의 분신을 비난하기도 했다.

티베트인들은 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분신을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이 의문을 생각해달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 텐진 남카스님이다. 그를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종로3가 불교문화연구소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자유롭게 한국어를 배우고 원하는 종교생활을 한다. 하지만 티베트에서는 종교적 영적 스승인 달라이 라마를 따르는 게 죄이며, 티베트 언어는 배울 수 없다. 이를 살생보다 더 큰 죄로 여긴다. 티베트인들은 자유를 원하지만 중국 정부가 탄압만 하고 있기에 분신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비방 내용을 들어 정면 반박했다. 중국은 최근 잇달아 일어나는 분신과 관련해 달라이 라마가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남카스님은 “존자님(달라이 라마)께서 실제로 선동했다면 4년 동안 100명이 아니라 하루에 1천 명이라도 분신할 것”이라며 “절대로 선동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남카스님은 티베트인들이 중국에 바라는 최소한의 권리가 바로 종교와 언어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의 자치주가 돼도 좋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망명정부도 독립까지는 원하지 않는다. 티베트에 종교와 언어의 자유만 허락한다면, 한국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있듯이 티베트가 중국의 자치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인의 분신사태가 해결된다면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중국 정부와 망명정부가 9차례나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이 두 가지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란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소수민족인 티베트를 점령하고 있다. 중국에는 56개의 소수민족이 있으며 인구수로 분류하면 티베트족은 10위로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중국은 티베트인의 민족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언어를 인정하지 않고, 집단화가 가능한 종교는 통제하고 있다.

현재 티베트에서는 티베트 언어를 배울 수 없다. 중국 공안이 철저한 감시 아래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달라이 라마를 영적 스승으로 모시는 승려에게는 달라이 라마를 헐뜯는 발언을 하게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승려 생활을 할 수 없다. 남카스님은 “예전에는 승려 1000여 명이 넘게 사원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카스님은 달라이 라마의 명을 받고 티베트 불교와 한국 불교의 교류를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하는 티베트 망명정부 한국사무소를 설립하기를 원했다. 지난 2008년 티베트하우스코리아를 설립하며 이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열린 제26차 세계불교도우의회에서는 티베트 불교계 대표로 참석했다가 중국 불교계의 반대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중국은 티베트 망명정부가 세계 어디를 가든 그 나라에 경제적인 측면을 들어서 위협한다. 또 티베트 망명정부를 늘 반대하고 비방을 한다. 하지만 세계불교도우의회가 26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어느 나라에서도 쫓겨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쫓겨났다. 이유가 뭐겠는가. 한국이 중국에 너무 고개를 숙여준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이 중국에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남카스님은 대한민국 국민이 티베트인의 현실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다.

“한국은 티베트와 비슷한 점이 많다. 종교, 생활, 언어, 역사 등 상통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이 한국에 많지 않고, 한국 사람도 티베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등 깊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남카스님은 티베트인들이 추구하는 종교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종교의 가치관이 같다고 말했다. 위로는 최고의 진리를 탐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인 보리심과 자비심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어의 문법과 존댓말 등 언어적인 측면, 남녀 모두 전통복식에서 상의가 티베트 복식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남북으로 갈라져 내전을 겪고, 일제강점기 식민지생활을 한 역사적인 상황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이 현실을 알면 티베트를 지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국민이 (티베트인의 현실을) 알아주고 목소리를 내준다면 한국정부도 움직여줄 것이라 기대한다”며 우리 국민의 관심을 요구했다.

※ 게쎄 텐진 남카스님
- 현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
- 현 동국대 티벳장경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2004년 티베트 불교 전파 위해 한국 입국
- 2002년 간덴사원의 교수로 임명
- 2002년 규메 사원에서 박사최종시험에서 1등
- 1976년 남인도 티베트 사원 간덴 사원으로 출가
- 1968년 출생

※ 티베트는?

티베트는 아시아 중앙,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존재하는 곳에 있다. 평균고도는 해발 13000피트(약 4000m). 면적은 25억만㎢로 세계 10위권 안에 들 만큼 광활하다.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면 중국은 땅의 4분의 1을 잃게 된다. 티베트 고유 언어를 갖고 있으며, 종교는 티베트 불교가 지배적이다. 붕사, 우라니움, 철광, 크롬철광, 금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중국은 1950년 10월 4만 명의 인민해방군과 4만 마리의 낙타를 동원해 티베트를 무력 침공했다. 중국은 티베트의 봉건사회를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농노제 폐지, 승려환속 등 대대적인 개혁을 도모했다.

하지만 기존 티베트 문화와 마찰을 일으키며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1956년 캄파족의 대규모 봉기를 시작으로 1959년에는 14대 달라이 라마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문을 듣고 티벳 군중이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인 노블링카 앞에 운집했다.

중국정부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20여개 월 동안 8만 7천여 명의 티베트인들이 사망했다. 1959년 3월 17일 새벽 달라이 라마와 그를 따르는 수만 명의 티베트인들은 인도로 망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4월 29일 인도 북쪽의 무수리에 티베트망명정부를 설립했다. 1960년 5월 다림살라로 이전했다. 망명 중인 티베트인과 티베트 지역 내의 티베트인들은 이 정부만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다.

2008년 대규모 봉기 이후 2009년부터 지금까지 분신을 통해 종교자유와 독립을 외친 티베트인은 95명이다.

현재 티베트에서는 중국 한족들의 수가 티베트인 수보다 훨씬 많다. 티베트에 거주하는 티베트인이 600만 명이라면 한족은 750만 명이다. 중국은 티베트인을 540만 명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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