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28일 용산아트홀에서 신한카드 오케스트라 동호회인 ‘베토벤 홀릭’이 주최한 ‘가족사랑 음악회’가 열린 가운데 임직원들이 연주하고 있다.(제공: 신한카드)

신한카드 오케스트라 동호회 ‘베토벤 홀릭’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지난 11월 28일 서울시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는 ‘가족 사랑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객석은 300여 명의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음악회를 주최한 이들은 음악을 전공했거나 악기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오케스트라 연주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똘똘 뭉친, 신한카드 임직원으로 구성된 ‘신한 챔버 오케스트라(Shinhan Chamber Orchestra)’가 그 주인공이다.

이 동호회의 약칭은 ‘베토벤 홀릭’이다. ‘홀릭’이라는 말처럼 ‘베토벤에 빠진 사람들’, 즉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클래식악기 연주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회원은 신한카드 본사를 비롯해 일산 전산센터 등 지점 직원도 있고, 직급도 사원부터 차장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임원도 참여하는 등 갈수록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동호회 매니저의 즐거운 자랑이다.

동호회는 지난 2010년 4월 결성됐다. 당시 회사 내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LG카드와 인수·합병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명예퇴직 바람이 불었고, 그 빈자리를 메우느라 많은 직원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마케팅기획팀 심현성 과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회사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동료와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혼자가 아닌 ‘함께’ 도전해볼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오케스트라’ 연주가 저희 마음에 들어온 거죠”라고 전했다.

심 과장은 “반복적인 회사 일상에 빠져 있다 보면 감정도 메마르고 때로는 자신의 존재도 잊기 마련이잖아요. 그랬던 저희가 이제는 음악을 통해 잊고 있던 꿈과 열정을 되찾았고 동료와 함께하는 기쁨이 무엇인지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이후로는 회사생활이 더 즐거워졌고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현재 동호회에서 정식 회원으로 활동 중인 80여 명 중 악기를 제대로 다루거나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악기도 부족하고, 악기를 연습할 공간도 따로 없다. 그래서 각자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시간에 짬을 내 개인 레슨을 받고 있고, 합주 연습은 매주 목요일 사내 대강당에 모여 의자와 책상을 밀어놓고 하고 있다.

심 과장과 부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동호회 공연으로 지난 11월 말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힐링 음악회’를 꼽았다. 사내 직원들과 그 가족을 위해, 그리고 어려운 가정환경에 있는 뇌출혈 환아의 치료를 돕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나눔으로 기쁨과 감동이 배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전했다.

특히 이날은 특별한 순서가 있었다. 뒤늦게 클라리넷을 시작한 팀장 한 분이 사춘기를 겪고 있어 사이가 서먹해진 딸의 마음을 열고자 몇 개월 동안 준비한 연주에, 딸은 물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울렸다는 것이다.

심 과장은 “오케스트라는 ‘함께 하는 음악’으로써 음악을 하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직장 동료까지 힐링시켜주기에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면서 스스로는 스트레스도 풀고 메마른 감성을 채우며, 적극적인 마인드와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자신의 가정과 일터에도 전해져 주변을 보다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게 오케스트라의 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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