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권과 관련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가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김익현 부장판사)는 음주, 늦은 귀가, 폭언 등으로 부부 생활에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뒤 이혼을 강력히 요구해온 남편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별거기간이 약 14개월 정도 되는 점, 현재 원고가 피고와의 이혼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이 참작된다”며 A씨와 부인 B씨의 혼인관계 파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혼인기간 중 남편은 부인과의 다툼이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집을 나감으로써 별거상태를 야기했고 별거 후에도 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며 혼인 파탄의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혼인 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의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히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유책주의’에 따른 것이다. 우리 민법은 이혼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기존 판례의 주류는 상대방 배우자의 잘못이 인정돼야 이혼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유책주의)이었다. 반면 혼인관계가 파탄이 되면 상대방의 잘못여하와 관계없이 이혼을 인정해야 된다는 파탄주의도 판례에서 종종 인정되고 있는 추세다. 

유책주의를 채택할 경우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으나 한쪽의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혼을 할 수 없게 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파탄주의 역시 결혼파탄의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맹점을 갖고 있어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 지난 6월에는 이례적으로 광주고법 제1가사부(선재성 부장판사)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혼을 불허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혼을 허용해 ‘파탄주의’를 법조계와 학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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