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사회와 상생의 길은 없나

 

▲ 한국종교청년협의회가 15일 천지일보 세미나실에서 ‘종교, 사회 과연 상생의 길은 없는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 종교갈등과 상생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천지

 

현대사회 속 끊이지 않는 종교갈등을 극복하고 종교와 사회가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대 종단이 함께하는 한국종교청년협의회(종청협)는 15일 천지일보 세미나실에서 ‘종교, 사회 과연 상생의 길은 없는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종청협이 주최하고 천지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포럼은 언론인 및 각 종단별 발제자와 패널이 참석해 종교편향과 사회 속 종교의 역할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 천도교 김동환 교령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뉴스천지

 

포럼에 앞서 천도교 김동환 교령은 “종청협과 천지일보가 상호 협력해 종교와 사회가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해 다른 행사를 제쳐두고 왔다”며 “지금 사회는 갈라지고 꽁꽁 얼어붙었다. 국민이 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우리나라에는 종교편향과 갈등이 불거질 만큼 여러 종교가 있다”면서 “3·1운동 때 종교를 초월해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었던 것처럼 오늘날도 3·1운동 정신을 살려 종교를 초월해 하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지일보가 국민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신문이 되었으면 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은 “오늘의 포럼이 종교와 사회 간 간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서신을 통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어 포럼을 진행한 언론인 이규원((사)한국언론인연합회 이사) 씨는 “종교담당 기자로만 30년 이상 활동하면서도 종교 간 갈등의 문제와 상생과 화합에 대한 문제는 어려운 일이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4800만 명 중 자체집계에서 종교인구가 75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 간의 불화는 큰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종교분쟁지역에 대해 설명하면서 “상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종교와 사회의 상생과 화합을 논하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다”고 포럼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의 ‘국민통합을 위한 종교 간의 이해와 협력’이란 발제(계명대 최경주 겸임교수 대신 발제)를 통해 “종교 간 화해와 상생을 위해서는 상대방 종교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며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에 서기 위해 타 종교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폄훼해서는 종교 간의 진정한 상생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한 “내가 믿는 종교가 참으로 옳다면 타 종교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밎는 종교를 적극 전도(포교)하여 그 구원의 영역과 영향력을 널리 확산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인 간의 만남과 대화, 범종교적 대사회 봉사활동 전개, 종교편향 불식을 위한 정부의 노력 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거진 종교편향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입장에서 잣대를 가지고 상대방을 보는 한 아무리 정부가 종교균형 정책을 편들 편향시비는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이 땅의 종교계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하며,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종교편향 시비의 빌미를 제공하는 정책이나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용상 박사는 “종교와 사회의 상생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합리적·보편적·중립적·종합적 종교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천지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정용상(동국대 법과대학장) 박사는 “오늘날 한국사회는 종교다원주의의 전형적 양상을 띠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종교간 대화나 협력을 통해 보다 큰 목표(사회통합, 인류평화 등)를 추구하기보다는 지엽적인 교리논쟁이나 교세경쟁, 정부의 종교편향정책 등을 통해 심각한 종교갈등과 사회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종교의 법적 지위성, 종교갈등의 현상 등을 들어 해결방안을 모색한 정 박사는 “종교 간의 차별성, 상대성 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일관된 합리적·보편적·중립적·종합적 종교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종교가 국민을 염려하고, 국가지도자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찌해서 거꾸로 국민이 종교와 지도자를 걱정해야 하는지 안타깝다”며 “자기 종교를 연구하는 입장의 차원을 넘어 종교 일반화와 총론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윤법달 청장년회장(원불교)은 “종교 간 대화와 관련해 KCRP, URI,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국종교청년연합회 등 많은 단체가 있다”면서 “이들 단체가 종교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에 본보기가 되고 실제로 그런 삶이 눈에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많은 종교인들이 그들 경서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면 사회 안에서의 갈등과 마찰은 없을 것”이라며 “다른 종교, 이웃종교에 내가 이런 좋은 것(종교)을 가지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삶이 곧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이다’는 간디의 말을 인용하면서 “종교라는 것은 제 스스로 성장할 수도 없고, 제 스스로 성장하지도 않았다”며 “평화와 소통에 대한 염원, 화합을 원하는 종교인들의 만남이 많아지기를 소원한다”고 전했다.

유영옥(경기대학교 국제대학장) 목사는 “종교는 어떤 종교라도 좋은 길로 향하라고 하지 나쁜 길로 가라는 곳은 없다”며 “그 수많은 종교들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상생하고 화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 유영옥 목사는 “종교는 자기 버림과 상생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교육 즉, 평화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천지

유 목사는 “여타의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종교 간의 갈등이 비교적 적은 나라다”며 “북한에도 종교가 있지만 사실상 외국인들을 위한 보여주기일 뿐이다. 보스니아사태 때도 실상은 종교싸움이었다”고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또한 “종교와 사회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알고 있으면서도 갈등과 알력의 역사를 써온 것은 종교라는 특수성 때문이다”며 “세상은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 종교가 나서야 한다. 종교는 자기 버림과 상생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교육 즉, 평화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종교들 역시 다종교 사회를 기회로 삼을 것이냐 위기로 만들 것이냐는 순전히 그들의 손에 달려 있다. 만일 이것을 기회로 삼는다면 그것은 종교인들만의 기회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며 “그것은 결국 온 세상의 정치적, 경제적, 민족적, 국가적 반목의 세계들에게 화해와 공존의 평화를 선물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종교의 이해, 상생, 경쟁자가 아닌 친구, 인식의 전환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종교의 근원인 평화로운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평을 맡은 고병철(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와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종교와 사회의 화합과 상생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당위성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그 당위성이 좀 더 현실성을 지니려면 최소한 두 개의 관문을 지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 선임연구원은 “첫째로 종교 간 갈등 해소를 원한다면 구체적으로 종교 간의 갈등이 어떤 영역과 지점에서 발생하는지, 어떤 수준의 내용과 방식으로 발생하는지 또 누구와 누구 사이에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어떤 수준과 방식의 해결책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다양한 물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교 간의 갈등이 극복되어 모종의 연합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종교와 사회의 화합과 상생을 주장하려면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며 “가령 종교가 화합하고 상생해야 하는 사회가 종교와 비(非)종교에 대한 경계선이 강하며, 특정 종교단체의 배타성이 용인되는 사회라면 종교가 그런 사회와 화합하고 상생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종교 간, 나아가 종교와 사회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연합단체를 구성하거나 관련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는 종교단체들 사이에 교집합을 창출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며 “물론 이러한 교집합의 장기적인 확대를 의도한다면 정부와 시민의 참여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장기적인 단계별 기획, 그리고 그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민형(언론인, 서일대 미디어출판과) 교수는 “공감은 못해도 이해는 합시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각 종교의 진정성을 살리면서 상생과 조화를 이울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한 이번 포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 언론인 신민형 교수는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트인 마음과 진실한 상생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천지

그는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범종교적으로 뭉쳤던 3·1운동처럼 우리 사회에는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 많다”며 “뜻을 한데로 모으는 데는 정부의 종교정책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도 이번 포럼을 통해 인식하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어느 한 곳의 매듭이 풀리면 다음 매듭은 술술 풀린다. 매듭을 풀기 위해선 우선 종교적 지도자, 여론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트인 마음과 진실한 상생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포럼을 계기로 좀 더 진전된 종교, 사회와의 상생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면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담긴 논의와 해결방안을 통해 종교와 사회의 상생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후 이뤄진 종합토론에서 천도교 김동환 교령은 “종교 간 화합과 이해는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 어렵다”면서 “3·1운동 때처럼 국가적인 공동목표와 정신적인 부분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각 종교를 인정하더라도 신도 수에 따라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소수종단에 차별을 두는 현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이규원 씨는 “나라가 어렵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는 종교에 상관없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된다”며 “종교화합의 근원은 3·1운동이었다. 나라를 살리는 일에는 범종교적, 초교파적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종교가 화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한국종교청년협의회는 종교 간 협력을 위해 2008년 창립된 단체로 불교와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 등 여러 교단의 젊은 종교인들이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종교상생 포럼’을 개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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