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심야교습 위헌여부 공개변론 전후

정부의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라는 불씨가 곽승준(대통령 산하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학원 심야교습 금지’ 발언 이후 크게 번져 공교육과 사교육의 줄다리기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 측 야간자율학습 시간과 학원 교습시간의 충돌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따라 학원의 심야교습 가능성 여부와 공교육의 엉킨 실마리가 미약하나마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명 ‘학파라치(학원 불법영업 신고포상제)’가 전국 학원가를 긴장시키고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공교육 및 사교육 관계자들뿐 아니라 전국의 학부모 학생들의 관심이 향후 방향과 결과에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사교육비는 20조 9000억 원으로 올 초에 정부가 발표한 바 있다. 사교육비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년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한 대선 공약 중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대책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워지는 현실이다.

최근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수능과목 축소’라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뿌리 깊은 사교육 문제의 해결책으로서는 미약하다는 여론의 평가가 짙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풍선효과와 집중과목의 밀실 과외 등 더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월 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위헌여부를 따지는 치열한 공방전으로 공개변론이 열렸다.

부산의 학원운영자, 학원강사, 학부모, 학생들 17명이 지난해 6월, 10월 “심야 학원교습을 금지한 서울과 부산시의 조례 제9조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자녀교육권, 직업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서울시와 부산시는 모두 학원 교습시간을 오전 5시∼오후 10시(고등학생의 경우 11시)로 제한하고 있다. 학부모 측 변호인들은 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 인터넷 강의 등의 예를 들어 다른 시도와의 차별성, 학부모와 학생의 학습 선택권 등을 거론하며 위헌을 주장했다.

서울시 학부모 청구인 측 정재성 변호사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등학교 3학년생에게 밤 10시까지만 공부하라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학원교습 시간을 한 시간 늘려 자정까지로 제한한다면 학원 운영이 가능하나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한 시간 수업받기 위해 학원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이 우위을 차지한다”며 “학원교습시간 제한은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시 교육청 측 서규영 변호사는 “학원교습 시간에 관련된 운영자 영업의 자유는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천지

서울시 교육청 측 서규영 변호사는 “학원교습 시간에 관련된 운영자 영업의 자유는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이라며 사교육의 과도한 경쟁이 없는 외국의 교육에 익숙한 자녀가 ‘심야 학습을 해야 하는 국내로 돌아오는 것은 지옥과 같다’는 내용의 모 경제 신문사 칼럼을 들어 우리나라 사교육의 문제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학부모 측 참고인으로 나온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학선 교수는 “심야 학원교습을 금지한 것은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라고 지적하면서 “PC방, 찜질방등의 심야 이용은 부모 동행조건 하에 허용하면서 건전한 학습에 대한 과잉 조치는 적합지 않으며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 교수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최소 침해성 등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특히 최소 침해성에서 문제가 된다”고 피력했다. 

서울시 교육청 측 참고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준형 교수는 “해당 조례는 과도한 사교육 경쟁을 방지해 청소년의 여가, 놀이, 문화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조화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헌으로 볼 수 없다”며 “사교육 문제는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균형으로 해결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9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내용]


청구인 측 주장
(위헌 주장)  

이해관계인 측 주장
(합헌 주장)

헌법재판소 측 발언

서울시, 부산시
학부모, 학생 및
학원관계자(원장, 강사) 등

서울시 교육청
부산시 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

 

 
 “심야학원교습을 금지한 서울시와 부산시의 조례가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

 “학부모와 학생, 학원 운영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더 늦은 시간까지 교습을 허용한 타 자치단체 주민에 비해  불합리하게 차별받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3 학생에게 밤 10시까지만 공부하라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학원교습 시간을 한 시간 늘려 자정까지로 제한 한다면 학원 운영이 가능하나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한 시간 수업받기 위해 학원에 오지는 않을 것.”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이 우위를 차지한다.”

 “청소년의 건강보호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현실적으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학원교습 시간에 관련된 운영자 영업의 자유는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이다.”

 “학원 교습을 제한하는 것이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는 데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사교육 과열 방지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심야교습의 제한이 필요하고 청소년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 제한규정이 적절하고  합리적 근거를 갖는다.”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나 자치단체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며 인터넷방송 교습이나 개인과외도 할 수 있어 학생의 학습권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교육 정상화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감소 등 정당성이 인정된다.”

 “야간자율학습과 학원교습 간 조율하는 것이 학원 교습시간 제한을 풀 수 있는 관건인데 주무부처의 복안은 있는가?”

 “적은 돈으로 다닐 수 있는 학원만 통제되고 고액개인과외는 막지 않아 오히려 돈 있는 사람만 유리해진다는 우려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가?”

 “학원 심야교습 금지에 따른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

 “학부모 측이 밤 10시까지 교습을 제한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면 밤 12시까지 제한은 합헌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이상만(한국보습학원연합회) 회장은 “학생들의 과목별 개인차를 인정한다면 학생들이 각자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느냐”며 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스천지
공개 변론이 끝난 후 학원관계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이상만(한국보습학원연합회) 회장은 “학생들의 과목별 개인차를 인정한다면 학생들이 각자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느냐”며 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선 공략으로 이용되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릴 염려가 자연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각계각층의 의견이 우후죽순처럼 다양한 가운데 주무부처와 공교육, 사교육 관계자들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실천이 요망되며 가장 순수해야 할 교육의 목적이 기성세대들의 빗나간 다른 목적의 수단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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