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상임부총재 겸 서울 양천구 목4동시장 신선우 상인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양천구 목4동시장 신선우 상인회장 인터뷰]

전통시장 상인연합회 전국 100만명 회원 ‘SSM 철폐’ 시위
신 회장 ‘상인연합당’ 창당 농담… 천하의 국회위원 ‘움찔’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제가 10년 전에 목4동시장을 만들었어요. 양천구 목4동 골목시장이라 하면 유명합니다.”

지난 11월 27일.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넓혀 첫 유세를 시작한 날, 서울 양천구 상인회사무실에서 목4동시장 신선우(58) 상인회장을 만났다.

그는 10년 전 목4동 재래시장을 개선시킨 장본인이다. 전통시장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쉬워 민심을 모으려는 선거 후보자들의 치열한 유세장이기도 하다. 이번 18대 대선 후보들도 여느 때와 같이 각 지역 재래(전통)시장을 북새통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것은, 오래되고 낡은 재래시장이 상점가 육성의 일환으로 개수·보수·정비 과정을 거치면 전통시장이라 부른다. 일명 ‘현대화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을 멋들어지게 꾸민 신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환경보호운동가, 재래시장에 발 담그다

그는 상인회장이기 앞서 봉사계에서 책임감 강하기로 정평이 자자한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상임부총재다. 그의 환경 사랑은 남달랐다. 상당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옛날에 안양천하면 아주 악취가 나서 지나갈 수조차 없었어요. 썩은 물이 가슴까지 차오를 정도였다니까요. 그래서 ‘안양천을 사랑하는 모임(공동대표 신선우)’을 만들었고 지난 2001년부터 5년 동안 안양천 바닥을 계속 긁어냈습니다.”

그는 안양천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각 시도 연합봉사를 펼쳤다. 양천구를 포함해 구로구, 영등포구, 강서구, 시흥시, 경기도, 광명시 등 11개 시도와 협조해 안양천을 살리는 데 힘을 모았다.

그는 다른 지역과 연계해 수질을 관리했고, 상류 쪽에 무단으로 방출하는 공장 폐수를 자진해서 단속했다. 결국 안양천은 눈부시게 정화됐다. 물고기도 많아졌고, 철새도 다시 찾았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의지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각인의 귀감이 됐다.

특별히 고건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특별시 환경상까지 받았다. 이 상은, 자발적으로 환경보호를 위해 지역을 막론하고 봉사정신을 유도한 지도력, 일개 구(區)치곤 꽤 많이 가입된 회원(1500명) 규모,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전국 회원 30만 명을 이끄는 2인자, 정부 지원금도 포기한 채 사비로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선 그의 공로를 인정해 준 증표다.

그런 신 회장의 모습은 당시 양천구청장 눈에도 들어왔다. 구청장은 그에게 목4동 재래시장 개선사업을 맡겼다. 그때부터 신 회장은 환경보호운동가와 상인회장이란 두 가지 인생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 목4동 재래시장은 이렇게 변했다

“아주 이거(재래시장 개선사업)하면서 한 10년 동안 죽어라 살았어요.”

목4동시장 개선사업을 하려면 시장 상인들에게 50% 이상의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처음엔 단 한 사람의 동의서도 받지 못했다. 힘들게 동의서를 제출해 받은 예산은 약 16억 원. 그중 10%는 상인들이 내야 할 몫이었다. 이젠 돈을 모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상인들의 마음부터 사야 했다. 그는 먼저 시장에 얽히고 설킨 전깃줄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전력의 도움으로 16대의 전봇대를 뽑았다.

또 신 회장은 일일수금이 가능한 마을금고를 찾았다. 상인들에게 하루 푼돈 1~2천 원 모아서 목돈을 만들수 있는 통장 100개를 만들어줬다. 그제야 목4동시장 100명의 상인들의 마음이 열렸고 ‘10%’의 몫을 낼 수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닌 신 회장은 목4동시장을 독보적으로 변화시켰다. 일단 공간이 넓어 보이고 깨끗하다. 시장 외곽은 갤러리 창으로 만들어 개폐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도입됐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전국에서 견학하러 오는 시장 회장들도 많다.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엔 시장 길 가운데에 테이블을 깔고 그 위에 10% 세일할 물건을 내놓는다. 이게 히트를 쳤고, 매출이 올랐다.

전국상인연합회 법인이사까지 신분이 상승했다. 신 회장은 이를 계기로 단 16명만 주는 전통시장 대통령 직속 상까지 받았다. 지난 2008년 가을, 16명은 11박 12일간 대한민국 최초로 유럽의 전통시장까지 견학했다.

그가 한 가지 깨달은 것은 “한국의 전통시장은 유럽의 전통시장과는 다르게 물건이 발에 치여야 산다”는 우리네 문화였다.

◆ “SSM 규제 안 해? 상인연합당 만들까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는 목4동시장 회장에서 손을 뗐다가 상인들의 열화에 못 이겨 지난 5월 30일 목4동시장 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재당선됐다. 상인들로부터 받은 신뢰는 어디서부터 촉발됐을까.

신 회장의 전통시장 사랑은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이 성행하던 시점에 폭발했다. SSM 사업 철폐를 위해 전국적인 시위를 이뤘던 것.

그는 지난 2008년 전국상인연합회 이사회 자리에서 꿈쩍도 안하던 국회의원들을 향해 이런 말을 내뱉었다.

“까짓것 SSM 사업 철폐 안 하면 ‘상인연합당’ 하나 만들어버려!”

SSM 사업이 호황을 누리자, 보다 못한 신 회장이 이사회 자리에서 농담조로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낮말은 쥐가 듣는다 했던가. 연합회에 숨어있던 스파이가 곧장 청와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전국상인연합회 상인회원은 총 100만 명으로 표로 치면 100만 표다. 100만 명의 표를 갖고 있는 거물급이 한 말은 농담이라기보단 현실가능한 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당원들은 술렁였고, SSM 사업 규제 투표자리에 모였다.

1명만 빼고 만장일치로 SSM 사업 확장 철폐를 막았다. 지난 2010년 ‘SSM 간 500m 거리 내 출점 금지’가 제정됐다. 시장상인의 승리였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걱정했다. 매장 이름만 바꿔서 근접한 거리에 SSM 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년부턴 전통시장 지원이 곧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제18대 대선에 당선된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공략 중에는 SSM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규제보단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이 많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한 문화유산이자 국민의 희로애락이 담긴 전통시장을 지키려는 신 회장이 기대해 볼만도 하다.

신 회장의 소망은 또 있다. 시장상인들도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 신 회장은 환경운동가로서 2012 천지인상 특별상을 받았다. 새해엔 환경단체와 상인연합회가 서로 MOU 체결이 되길 바라는 그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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