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전쟁도 진정한 평화를 보장할 수 없어”

연세대 신학생이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군대가 아닌 감옥을 선택했다.

13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역거부 의사를 밝힌 하동기(신학과, 25) 씨는 “사랑을 행했던 예수의 길을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한다고 밝힌 하 씨는 “2006년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반대하던 주민을 비롯한 자국의 국민을 상대로 버젓이 자행된 군·경의 폭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 이후로 징집된 군인들에게 폭력의 사용을 명령하는 국가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전쟁도 진정한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며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완강히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연대회의의 성명서 전문이다.

국방부는 병역거부자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중단된 대체복무를 즉각 도입하라

작년 말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을 유보하겠다는 발표를 내린 뒤 우려했던 바대로 그동안 대체복무 시행을 기다리던 젊은이들의 감옥행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7년 9월, 국방부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2009년 1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더니 결국 작년 12월 말 국방부가 대체복무 도입을 유보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국가인권위에서 지속적으로 대체복무 도입을 권고해왔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한국 현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마당에 현 정부는 케케묵은 시기상조론과 국민여론 수렴이라는 수사로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하동기 씨는 “사랑을 행했던 예수의 길을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 하게 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는 병역거부 소견서에서 밝히기를, 2006년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반대하던 주민을 비롯한 자국의 국민을 상대로 버젓이 자행된 군·경의 폭력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로 징집된 군인들에게 폭력의 사용을 명령하는 국가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병역에 대한 그의 진지한 성찰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내면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결과이다. 따라서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심한 그의 양심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지 비난이나 처벌이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기독교 신자의 병역거부 선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에 박경수 씨가 기독교 신자로서 병역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으며, 천주교나 불교 신자로서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는 것이 일부 종교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은 따라서 정확한 지적도 아니며, 오히려 적극적인 평화를 이야기하는 병역거부의 논점을 흐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 운동이 대외적으로 시작된 2001년부터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을 비롯한 보수집단의 반대 목소리가 있어왔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감옥행을 선택했으며 그 숫자는 2000년대에만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벌써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국가인권위는 이미 4년 전인 2005년에 대체복무 도입을 권고한 바 있고, 2006년에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에서 한국 정부에 대체복무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2006년 11월에 유엔에 개인통보를 접수한 두 명의 병역거부자들과 관련하여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으며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것을 권고하였지만 이후에도 정부는 유엔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변명을 대기에 급급했다. 그리하여 현재는 새로운 499명의 개인통보가 다시 제출되어 자유권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올 초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은국 씨가 바로 얼마 전인 7월 3일 1심에서 1년 6월을 선고받고 수감이 되었다. 국가가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철회하고 병역거부 사안을 방기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지금도 병역거부자들이 계속해서 수감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전과자라는 낙인을 기꺼이 감수한 병역거부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받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받아갈 고통을 국가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국방부는 이제 근 10년째 지긋지긋 끌어오고 있는 병역거부 이슈가 지겹지도 않은가?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대체복무가 허용되지 않는 인권후진국이라는 꼬리표가 싫다면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병역거부자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 연대회의는 정부가 남북 간 무력충돌을 운운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아니라 평화를 외치는 병역거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연대회의에 참여한 단체명단

국제민주연대/ 군의문사 진상규명과 군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기독사회시민연대/ 녹색연합/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사회당/ 성공회대학교 인권평화센터/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 지지모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유호근 지지모임 평화사랑/ 여성해방연대/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인 인권운동을 위한 열린네트워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국불교운동연합/ 전쟁없는세상/ 좋은벗들/ 참여불교재가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인권연대/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함께가는사람들/ 환경운동연합

2009년 7월 13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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