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남부 스톤헨지에서 21일 1년 중 날이 가장 짧은 동지의 해가 떠오르자 사람들이 햇살을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특히 멕시코 마야 문명의 5000년 달력이 20일 자정으로 끝나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소문이 돌던 중이라 스톤헨지의 거석 고랑 사이를 비추는 햇빛은 유별한 의미를 지닌 듯하다.(사진출처: 뉴시스)

마야 후손 “끝나는 것은 한 시대… 새로운 시대 열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마야인이 만든 달력의 주기가 끝나는 날인 12월 21일(현지시각) 지구촌이 ‘지구 종말설’로 홍역을 치렀다. 한쪽에서는 종말론으로 인한 소동이 벌어진 반면 한쪽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축제로 떠들썩했다.

종말론 대피처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 피레네의 작은 마을 ‘뷔가라슈’와 브라질 중부 산악지대의 ‘알타 파라이소’는 종말론자들과 관광객, 취재진 등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뷔가라슈 마을 뒷산에 있는 UFO(미확인비행물체) 착륙기지에서 세상의 종말을 피할 수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이 마을은 종말론자나 광신도들이 몰려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실제로 이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종말론 주장을 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뷔가라슈 마을에는 주민 수(200여 명)보다 많은 기자 250명이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유럽1 라디오방송 등 현지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0여 명을 마을 입구에 배치, 외지인들이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으며 집단 자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구종말론’ 주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급속히 전파되며 네티즌들 사이에 두려움이 확산됐다. SNS에서는 21일 호주 서부 퍼스의 하늘에서 포착된 ‘지옥의 문’ 사진이 유포돼 종말론을 부추기는 일도 벌어졌다.

◆‘종말론’ SNS 등 통해 지구촌 곳곳 공포 조성
프랑스 작은 마을 뷔가라슈뿐 아니라 세르비아 루탄주산, 터키 시린제 마을 등은 종말의 날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각국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아르헨티나 우리토르코산에서 집단 자살이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아르헨티나 당국이 이 산에 대한 접근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종말론이 기승을 부리자 미시간주 라피어카운티와 제니시카운티 일부 학교가 수업을 취소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라피어카운티의 학교 감독관 매트 완드리 씨는 “인터넷을 통해 괴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면서도 “지구종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위협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위스콘신주, 버지니아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문 탓에 경찰서에 학부모들의 확인전화가 빗발쳤다.

중국도 종말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전능신(全能神)이라는 사교집단이 종말론을 앞세워 불법적으로 교세를 확장한 것으로 공안(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 당국이 신도 1000여 명을 긴급 체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필리핀에서는 자신을 예수가 보낸 예언자라고 주장한 인물이 나타났다. 예언자로 자칭한 라우로 곤살레스 씨(75)는 자신을 따르는 이에게 ‘종말의 날’을 알려주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종말 아닌 새 시대 여는 축제일
반면 멕시코, 과테말라,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는 지구 종말을 기념하는 대규모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멕시코의 치첸이트사 메리다 등 마야문명 유적지에는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이 지역 주민은 각종 기념행사를 열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주민들은 21일 마야력이 끝나는 것은 지구 종말이 아니라 마야인들의 거대한 시간 주기가 끝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마야인의 후손인 산토스 에스테반 씨도 CNN 등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은 지구가 멸망한다고 말하지만 끝나는 것은 한 시대일 뿐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야 유적지인 과테말라 티칼 국립공원에서 20일 열린 종말의 날 행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오토 페레스 과테말라 대통령도 함께하며 ‘마야 댄스의 밤’ 행사를 즐겼다.

영국 솔즈베리 평원의 석기시대원형 유적인 스톤헨지는 ‘지구 종말 파티’를 즐기기 위해 수백 명의 관광객으로 들썩였다. 일각에서는 종말의 날을 이용한 파티 등 상업주의까지 판치면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종말론이 마야 달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재차 진화에 나섰다. 나사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마야 종말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마야 달력은 일반 달력에서 12월 31일이 끝나고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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