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삼성전자 직원이 구속기소 됐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이번 거액의 횡령사건은 적잖은 충격을 줬다. 말단 대리급 직원이 2년 6개월에 걸쳐 무려 165억여 원을 횡령한데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그룹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 자금 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박모 대리는 지난 2010년 4월부터 올 10월까지 회사 출금전표 등을 위조한 뒤 회사와 은행에 제시해 돈을 인출하는 수법으로 회사 돈을 횡령했다. 이 사실은 내부 감사에 의해 적발됐고, 삼성전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박 씨가 2년 6개월 동안 계속해 회사 돈을 빼돌렸음에도 삼성전자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삼성 계열사들의 비리로 이건희 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진 지 1년 반 만에 또 일어난 일이라 그 충격이 더 크다.

당시 이 회장은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격노하며 “감사책임자의 직급을 높이고 인력을 늘리고 자질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또 비슷한 사건이 삼성 직원에 의해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또한 일류 기업인 삼성그룹의 내부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은 내부통제 시스템 등 철저한 점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런 삼성의 모습은 400년 된 거목이 흰 개미에 의해 허무하게 쓰러졌던 실화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40번 이상의 벼락과 눈사태, 폭풍우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던 이 거목이 어느 날 갑자기 몸통이 동강난 채 쓰러져 있었다. 범인은 작은 흰 개미들이었다. 나무껍질에 작은 구멍을 내고, 조금씩 조금씩 나무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간 흰 개미들 때문에 거목이 쓰러졌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거목을 쓰러뜨린 원인은 벼락도, 폭풍도, 도끼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 하늘을 찌를 듯 높고, 모두를 품을 것 같이 듬직하게 자란 거목과 같이 성장한 삼성이 ‘지금’ 경계해야 할 대상은 내부에 잡음을 일으키는 흰 개미들이다. 계속해 반복되는 계열사들의 각종 비리들이 거목을 허무하게 쓰러트렸던 흰 개미가 파놓은 구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은 임직원들의 의식을 깨울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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