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금 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박모 대리는 지난 2010년 4월부터 올 10월까지 회사 출금전표 등을 위조한 뒤 회사와 은행에 제시해 돈을 인출하는 수법으로 회사 돈을 횡령했다. 이 사실은 내부 감사에 의해 적발됐고, 삼성전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박 씨가 2년 6개월 동안 계속해 회사 돈을 빼돌렸음에도 삼성전자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삼성 계열사들의 비리로 이건희 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진 지 1년 반 만에 또 일어난 일이라 그 충격이 더 크다.
당시 이 회장은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격노하며 “감사책임자의 직급을 높이고 인력을 늘리고 자질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또 비슷한 사건이 삼성 직원에 의해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또한 일류 기업인 삼성그룹의 내부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은 내부통제 시스템 등 철저한 점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런 삼성의 모습은 400년 된 거목이 흰 개미에 의해 허무하게 쓰러졌던 실화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40번 이상의 벼락과 눈사태, 폭풍우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던 이 거목이 어느 날 갑자기 몸통이 동강난 채 쓰러져 있었다. 범인은 작은 흰 개미들이었다. 나무껍질에 작은 구멍을 내고, 조금씩 조금씩 나무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간 흰 개미들 때문에 거목이 쓰러졌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거목을 쓰러뜨린 원인은 벼락도, 폭풍도, 도끼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 하늘을 찌를 듯 높고, 모두를 품을 것 같이 듬직하게 자란 거목과 같이 성장한 삼성이 ‘지금’ 경계해야 할 대상은 내부에 잡음을 일으키는 흰 개미들이다. 계속해 반복되는 계열사들의 각종 비리들이 거목을 허무하게 쓰러트렸던 흰 개미가 파놓은 구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은 임직원들의 의식을 깨울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