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간 대화 이전 교리적 이해가 우선

오늘날은 종교 다원주의에 따라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종교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은 오래전부터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갈등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무슬림과 기독교의 충돌은 많은 사상자를 냈고,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가자지구를 놓고 무력으로 충돌하고 있어 인명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종교 간 대립과 갈등의 근본적 이유가 될 수 있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각각 주장하는 바와 교리적인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갈등의 단초, 이삭과 이스마엘

 

 

종교(宗敎)라는 단어의 한자를 파자해 보면 하늘의 것을 보고 가르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각 종교에서 주장하는 바를 ‘교리’라고 본다면, 종교마다 교리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종교와는 달리 이 세 종교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공동 조상은 아브라함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택해 사라와 하갈이라는 두 여인을 주셨는데, 문제의 발단이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사라를 통해 낳은 이삭이 아브라함의 상속자로, 이슬람교는 하갈을 통해 낳은 이스마엘을 상속자로 주장하기 때문에 갈등의 단초로 작용된 것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언약으로 인해 약속의 아들이 이삭으로 이어지지만(창 15:4), 이슬람교에서는 이삭이 태어나기 전에 맺어진 약속이기에 이스마엘이 합법적인 상속자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슬람에서는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구약성서의 내용(창 22:2)은 후일 이삭의 이름이 삽입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조상 아브라함으로 시작했지만, ‘약속의 아들’이 누구냐에 따라 종교가 나눠진 셈이다. 또한, 유대교와 기독교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느냐의 유무로 나눠지게 된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증거하는 삶을 위한 영원한 안내자로 주신 토라에 위배된다(신 28:46)면서 메시아로 오신 예수를 한 시대의 랍비로 여길 뿐,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기독교는 구약의 약속대로 오신 메시아가 예수님이라고 주장하면서 유대교로부터 기독교가 갈라져 나온 것이다.

구약과 신약 그리고 무함마드의 꾸란

 

 

각각의 종교가 주장하는 것이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한 경전에 의거한다는 것인데, 유대교가 뿌리로 두고 있는 ‘토라(구약성서)’를 세 종교 모두가 반영한다는 점이다.

기독교는 여기에 ‘인질(신약성서)’을 더했고, 이슬람교는 다시 ‘꾸란’을 더했다. ‘구약성서’없이 ‘신약성서’가 이해될 수 없듯이 ‘꾸란’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연관성 없이는 이해가 어렵다.

즉, 세 종교가 ‘하나님’을 믿고 있는데, 유대교에서는 ‘야훼’로,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으로, 이슬람교에서는 ‘알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유대교에서는 하나님의 법이나 계명을 영원불변하다고 주장하면서 ‘토라’만 내세우고 있다. 변복순(천안대) 교수는 “유대인들은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이 변화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인 타낙흐(구약성서)는 일점일획도 변하지 않았다고 믿는다”면서 “토라에 기록된 법만이 사람들의 충동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에 하나님의 법인 모든 계명은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는 ‘구약성서’의 예언대로 구원자인 예수 그리스도가 성취로 나타난 것에 주목한다. 또한, ‘신약성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이 다시 이루어질 것을 믿으면서 ‘구약 및 신약’을 믿고 있는 것이다. 김정민(요나교회) 목사는 “신구약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조명돼야 한다”면서 “창세기 3장에서 구속주를 약속하고 예언하신 하나님께서 친히 사람의 몸을 입고 그리스도로 오심으로 스스로 약속과 예언을 지키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슬람교의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계시받아 이 땅에 전한 신의 사자로서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이은 예언자로 말하고 있다. 손주영(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무슬림들은 ‘구약성서’ 속에 계시된 것들을 확증하고 유대교와 기독교의 신앙체계에서 후대인들이 인위적으로 첨삭했거나 왜곡된 것들을 순화시키고 보완해 완벽한 것으로 바로잡기 위해 ‘꾸란’이 내려왔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손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구약성서’나 ‘신약성서’의 경우 시대와 장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록된 것에 비해 ‘꾸란’은 한 장소에서 한 사람에 의해 짧은 기간(23년) 동안 계시되어 완성됐기 때문이라는 무슬림들의 주장을 덧붙였다.

화합할 수 없는 세 종교의 구원관

유대교에서는 하나님이 인류에게 선과 악 사이에서 선택할 자유의지를 주셨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선택된 백성이기에 죄를 용서받고 처벌받지 않으며 불지옥의 형벌은 다른 백성에게 내려질 것으로 믿고 있다.
반면, 이슬람교는 누구든지 유일신 신앙을 갖고 고귀한 종교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보상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오만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징벌은 가볍고 일시적일 거라는 유대인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의 구원은 하나님이 약속을 통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사함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인류가 원죄를 사함 받았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뜻에 따라 올바른 신앙의 길로 나아가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세 종교가 화합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관련 있다.

손주영 교수는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유대인의 손에 죽지 않았고 십자가형에 처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하나님의 권능으로 예수와 닮은 자가 형장에 대신 끌려갔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담의 원죄에 대해서도 “아담의 과오는 회개로 이미 용서를 받았다고 보며 자신의 참회와 회개를 통해 하나님께 직접 용서를 구하고 하나님께 귀의함으로써 구원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유대교 또한 예수님을 통해 인간이 죄에서 해방된다는 기독교의 구원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변복순 교수는 “유대인들은 예수님에게 전가하는 자신들의 죄의 문제에 대한 개념을 성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대교에서 희생의 피는 토라에서 구체화 돼있는 흠 없는 짐승으로 취해져야 하며 사람의 피는 사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독교에서 십자가 사건과 예수를 통한 구원의 역사는 성경을 믿는 핵심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민(요나교회) 목사는 “기독교의 십자가 사건은 인간의 원죄를 해결하는 문제뿐 아니라 구약의 예언을 이루는 예수님의 성취 역사의 핵심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아브라함을 통해 나눠진 이 세 종교는 각각의 교리와 주장을 갖고 서로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넘어왔다. 갈등을 피할 수 있는 평화의 길을 찾고 있지만, 서로간에 인정할 수 없는 교리적인 차이는 넘기 힘든 장벽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슬람교의 지하드(성전) 전쟁은 무함마드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회수(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주민들의 80%가 문맹이고 이슬람교의 종교적 가치가 정통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며 “그들은 정치적으로 억압받기 때문에 그런 무지와 정치적 협박에 숙명적으로 순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압둘라왕이 대화를 통해 종교 간의 분쟁을 없애자고 말하면서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최고지도자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바가 있다. 세계인들은 이러한 행동을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종교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면서 종교 간의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 간 대화 이전에 종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접근은 불가능하다.

김영태(전남대) 교수는 “공부 없이 종교다원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종교다원주의적인 의식이 확산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전국 대학에 종교학과가 많아져서 다종교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젊은 학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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