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의 원리 제대로 알지 못해 생겨나는 문제”

▲ ‘종교의 정치세력화로 인한 사회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참석자들과 함께 종합토론의 시간을 갖고 있다. ⓒ뉴스천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거진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한국사회 안에서의 종교갈등이다. 종교 간의 마찰과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장로 대통령의 탄생과 일명 ‘고소영 내각’이 그동안의 쌓이고 쌓였던 감정에 도화선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정부와 종교 간의 관계로 인한 사회갈등을 풀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박광서 공동대표)은 8일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종교의 정치세력화로 인한 사회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종교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은 1부 ‘종교의 정치세력화(발제: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2부 ‘종교적 사회갈등 양상(발제: 박준영 아시아가톨릭뉴스 한국지국장)’, 3부 ‘종교적 사회갈등 해결방안(발제: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 원장)’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박문수 부원장은 “성숙한 한국의 종교문화 형성을 위해 종교계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천지
첫 번째로 발제에 나선 박문수 부원장은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종교의 본성 가운데 하나로 국가권력도 정당성의 기제로서 종교를 필요로 한다”면서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사회의 중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배타적이고 이웃 종교에 대해 공격적이며 사회적 권력까지 향유하려고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종교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권위를 얻을 수 있고, 그 권위의 정도에 따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종교가 통합에 앞서지 않고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면 그것은 해당 종교나 사회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성숙한 한국의 종교문화 형성을 위해 종교계가 자성해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아시아가톨릭뉴스 박준영 지국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종교적 사회갈등 양상’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이명박 정부하의 종교 간 갈등은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부터의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며 “특히 각 지방의 정부기관장들이 결합된 성시화운동은 전국 각지에서 파문을 일으켰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주 피해자인 불교계 또한 조직화, 정치화 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지국장은 “이로 인해 결국 공무원법에 종교차별 금지 조항을 넣은 법제화가 진행됐으나 이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결국은 한국사회에 맞는 종교 간 관계, 종교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적절한 관례가 합의될 때까지 끊임없는 갈등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는 희망을 갖고 갈등을 이겨내며, 상대를 믿고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며 “갈등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갈등 속에 더 높은 공존의 단계로 나아가기에 충분한 대화가 진행되도록 주의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종교 간 갈등, 극복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발제한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은 “종교적 진리는 상대적 경험 세계와 연결되고 그 안에서 드러난다”며 “종교가 내적 경험의 문제라면 그것은 결코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이 “타종교를 이웃종교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뉴스천지
그러면서 “종교 간 갈등은 이러한 근본원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고 발생한다”며 “자신의 내면에서 형성된 것을 남의 내면에 단기간에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려다 벌어지는 이러한 타자 억압적 욕망은 제도나 법으로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흔히 종교들의 교리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하지만 근원적으로 보면 교리가 달라서 종교 간 갈등이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면서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은 교리, 즉 가르침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독단화 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는 종교적 갈등을 일으키는 계기도 되지만 다른 종교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고 자신을 추스르면서 우리 사회에 종교적 다원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타 종교를 이웃종교로 볼 줄 알아야 하고, 종교의 권력화가 반인권적인 사실이라는 의식의 확대도 요청된다”며 “이웃과의 관계를 적절히 맺고 세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할 줄 아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자유를 행사할 때에 진정한 ‘종교적 권리’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각 발제와 토론 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현 한국사회에서 각 종교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으며, 각 종교 간 상생과 화합, 공존을 위해서는 종교계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특히 개신교 목회자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돼 종교 간 화합을 위해 개신교 목회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 요구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지정 토론자로는 이용중(동국대 법대) 교수, 김지방(국민일보) 기자, 서재영(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정배(감신대) 교수, 양세진(기윤실) 사무총장, 원철(조계종 총무원 재정국장) 스님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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