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화 분당소방서 특수재난대책팀 소방교

우리는 평소에 아파트 현관문 옆에 있는 소화기와 옥내소화전을 무심코 볼 수 있다. 학교, 직장에서 소방교육이나 방송을 통하여 많은 국민은 이들 사용법을 이론상 알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단순한 원리로 만들어졌다. 소화기는 상단에 있는 안전핀을 제거하고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면 약제가 방사되며, 옥내소화전은 함에서 관창과 호스를 꺼내고 호스가 접힌 부분이 없도록 펴고 개폐밸브를 돌리면 물이 방사된다. 이처럼 우리 생활공간에서 소방차만큼이나 성능을 갖춘 소방시설이다.

이 시설은 소규모 건물(전체면적 1500㎡)까지 설치되도록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물에 사각지대 없도록 층마다, 수평거리마다 촘촘히 배치해 놓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가까운 곳에 불을 끌 수 있는 장비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화재현장에서 소화기나 옥내소화전을 활용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긴급한 상황에서 주민의 서툰 조작으로 실제로 소화 약제나 물을 방사하여 초기에 화재를 진압한 예가 적다. 화염과 매케한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혼란한 환경에서 이론상 사용법 숙지만으로는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불이 난 때에는 관계인은 불을 끄거나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주변 사람을 대피시켜야 한다. 소방기본법에서 명확히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불을 끄는 행위가 선한 미덕으로만 생각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용맹스럽게 화재 진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즉 화재 초기 단계에서 소화기나 옥내소화전으로 소화 활동하고 음성이나 경종을 통해서 이웃주민이 대피유도만으로 충분하다. 주거시설 화재는 5분이 지나면 축열로 화염이 급격히 확산하기 때문에 관계인에 의한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건물에는 규모, 용도에 따라 다양한 소방시설이 설치된다. 헤드가 용융으로 방사되는 스프링클러 등 대부분 소방시설은 자동화 설비로 조작원이 필요없는 반면에 소화기와 옥내소화전은 조작원이 있을 때 비로소 성능을 발휘하며 화재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실제상황에서 이들 시설의 사용률이 낮은 실정이며 그 원인으로 체험교육 부재로 인한 조작 미숙과 자신감 결여에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의미처럼 이론보다 체험교육을 강화하여 화기취급과 전기사용량이 많은 겨울철을 맞아 우리 모두 소방관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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