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처장 이기락 신부가 존엄사법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천지

 


‘적극 반대운동 펼칠 것’… 논란 가열

“죽음을 직접 의도한 어떠한 행위도 정당화되거나 합법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존엄사 문제를 두고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대법원으로부터 인공호흡기 제거를 판결 받은 김 할머니(77)가 이른바 ‘존엄사’ 시행 후에도 자력으로 호흡을 유지한 채 수일간 생명을 지속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존엄사법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락사로 인식되는 존엄사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존엄사’에 대한 법률 제정을 반대한다”는 전국 한국천주교회의 입장을 전했다.

성명서의 핵심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존엄사’라는 그럴듯한 명칭은 안락사를 아름답게 포장한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그 의미가 죽음을 의도하는 데에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주교회의는 안락사의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 ‘죽음을 의도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전제하며 “일부 의료계와 언론이 김 할머니에 대한 판결을 존엄사로 규정짓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에도 생명이 유지되자 매우 당황했으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지적했다.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이동익(생명대학원장) 신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존엄사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천지

 

이는 “우리 사회에 논의되고 있는 존엄사가 의도적인 죽음을 초래하는 안락사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안락사법의 또 다른 이름인 존엄사법 제정을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특히,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에 ‘존엄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돼야 함을 강조했다. 죽음을 의도하되, 그 윤리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존엄’이라는 어휘로 위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비난이다.

하지만 환자가 자력으로 호흡할 수 없게 돼 인공호흡기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인공호흡기 부착을 거부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환자 자신의 의사에 따른 ‘연명 치료의 중단’이 허용되는 조건은 환자 자신의 생리적 기능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주교회의는 “죽음의 과정이 자연적이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위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이를 국가가 법률로써 지지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를 죽음의 문화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주교는 존엄사법 제정에 대한 적극 반대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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