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동포 최영옥 목욕관리학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중국동포 최영옥 목욕관리학원 원장

“목욕관리학원 운영하는 지금 어느 때보다 뿌듯해”
“가정형편 어려운 사람들 웃음 찾아줄 수 있어 행복”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절박한 현실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원을 방문한 사람이 많아요. 이 사람들이 떳떳한 사회인이 돼 활짝 웃는 모습을 볼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에요.”

6년째 이른바 ‘때밀이 아주머니’를 키워내고 있는 최영옥 씨는 성남에서 목욕관리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동포다. 최근에서야 어렵게 한국국적을 딴 그는 한국에서 건설근로자로 일하던 남편이 사고로 사망한 후 중국에 있는 자녀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당시 최 씨의 나이는 39세였다.

“남편이 사고로 죽고 나서 저도 아이들도 서로 떨어져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하루는 돈을 벌기 위해 영안실에 들어갔다가 눈물이 나 죽은 사람을 붙잡고 오열하자 관리인이 ‘저 아주머니 (삶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을 떠나보낸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일을 하게 돼 감정이 더 복받쳤던 거죠.”

삶이 힘들어 목숨을 끊을까도 여러 차례 생각해봤다던 그가 정신을 차리고 한가정의 가장으로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나서부터다. 한 달 반 동안 라면만 먹고 살았던 최 씨는 어느 날 퉁퉁 부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아이들이 생각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최 씨는 “‘나까지 죽으면 아이들은 어떡하느냐’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악물고 일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여러 가지 일을 해오던 끝에 목욕관리학원을 차려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해오고 있다. 최 씨는 “학원 수강생들을 보면 내가 어렵게 학원에 다녔을 때가 생각난다. 그래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하나라도 많이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힘든 시련을 많이 겪었으나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최 씨는 목욕관리학원을 운영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한 보람을 듬뿍 느끼며 살고 있다.

과거 최 씨처럼 불행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학원에서 배운 기술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한다.

“학원을 찾는 이들은 정말 다양해요. 남편이 사업하다 망한 사람, 식당 운영하다가 망한 사람, 자녀 학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 등 주로 생활이 힘든 주부들이 많죠. 이들의 공통점은 삶이 힘들어 벼랑 끝까지 왔으나 희망만큼은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에 최 씨는 현장에서 뛰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데도 학원 운영을 계속해나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런 최 씨의 마음을 아는지 수강생들도 사회에 나가서 월급을 타면 길거리에서 파는 따뜻한 옥수수라도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가곤 한다. 옥수수는 최 씨가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최 씨는 많은 수강생을 접하면서 이제 베테랑 원장이 됐다. 전화로 목소리만 듣거나 학원에서 행동하는 것만 봐도 사회에 나가서 성실히 일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수강생에게 바라는 것을 요약하면 ‘성실’과 ‘배움의 열정’ ‘예절’이다. 최 씨는 “성실하게 일하고 예의 있게 행동하면 어디에서든지 통하게 돼 있다. 또 현장에 나가서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은 취해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경찰들을 도와 G20 민간 통역봉사도 했었다. 또 지인의 포장마차에서 일하던 시기에 지역 경찰들을 알게 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문화 인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여러 사람을 도운 공로가 인정돼 ‘2012 대한민국 다문화 예술대상’에서 ‘다문화 가정상’을 받았다.

최 씨는 “상을 받는 것도, 인터뷰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힘든 시기를 지나 현재 즐기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은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이다. 비록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떨어져 지낸 최씨 가족이지만 누구보다 단란하게 살고 있다. 현재 딸은 한국에 와서 최 씨와 같이 살고 있고 아들도 중국에서 외국계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 씨는 “아이들이 잘 자라주어서 너무 고맙다. 사실 엄격하게 키우기도 했다(웃음). 열심히 살아도 즐겁지 않으면 가장 큰 행복을 놓치고 사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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