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편향기독교대책위원회가 7일 ‘종교평화법 과연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사회 김봉준 목사, 패널 윤이흠 교수, 이억주 목사, 조재국 교수, 고영일 변호사.(사진출처: 한국교회언론회 홈페이지)

개신교 “종교차별 심화하고 싸움만 부추겨”
불교 “사회 종교 간 불화로 법제정 필요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현 정부 들어 종교갈등이 심화되면서 불교계가 종교 간 평화를 위해 줄기차게 법제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개신교계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불교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가칭)종교평화법(차별금지법, 증오범죄방지법)’이 도리어 이웃종교의 선교를 제한하고 탄압하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종교편향기독교대책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교회언론회가 주관한 ‘종교평화법 과연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포럼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최근 여야 각 대선 캠프에 제안한 한국불교 10대 정책 가운데 ‘다종교·다문화·사회적 약자 차별방지를 위한 법률 제정’ 등의 요구를 진단하고, 이에 관한 한국교계의 우려와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 정책의 핵심은 ‘종교평화법’ 제정이다.

불교계는 지난해부터 정치권을 향해 ‘종교평화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역대 정권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가정 심각한 종교편향 정책을 펴고 있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김승동 목사는 “법과 제도로 종교 활동을 규제하고 억압하는 것은 국민 화합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종교가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갈등과 대립의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불교계는 동화사 땅밟기, 공직자 종교편향, 불교 폄하 발언 등의 행태로 불거지는 종교 간 갈등과 차별을 해소하고,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증오방지법’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개신교계는 법제정의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반기독교, 선교 차단 정책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종교평화법 입법은 종교 탄압 행위”
패널로 나선 이억주(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목사는 “‘종교평화법’을 만들게 되면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 탄압국가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사는 “조계종이 입법을 요구하는 것은 개신교를 규제할 목적이 분명하다”면서 “불교가 입법화를 강조하는 것은 개신교로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이 법은 오히려 종교 간 싸움으로 몰아가는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국가·애국적 정서로 봐서도 이것은 인정받기 어렵다며 종교평화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어 고영일(법무법인 가을햇살) 변호사는 “(불교계의) ‘종교평화법’ 입법 제안은 외형적으로 종교갈등 해소와 갈등에 따른 불법행위 등에 관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규율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불교계가 정치권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개신교 선교에 대한 차단 전략으로 나온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조재국(연세대 신과대) 교수도 법으로 종교를 통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의 힘을 빌려 규제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종교갈등은 심각하지 않다”며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가 개신교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과 제도로 전도를 금지하거나 국가기관이 내면적 신앙과 신념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종교 간섭… 정교분리 원칙 위반”
이날 패널들은 일부 특정종교의 목소리를 반영한 종교평화법 제정이 국가의 종교 간섭 행위를 허용하는 문제점을 낳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고영일 변호사는 “법제정으로 선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명백히 국가권력이 종교에 대해 간섭을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특정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정책수립 내지는 정치활동은 헌법의 정교분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이 만들어지면 이익을 누리는 종교와 피해를 입는 종교가 발생하게 된다”며 “국가가 종교에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종교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억주 목사도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법이 제정되면 개인의 종교자유를 폐지하고 ‘종교다원주의’를 강제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종교편향기독교대책위원회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교회언론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예장 통합, 예장 고신, 예장 합신, 예장 백석,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한국기독교학교연맹,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 내에선 이웃종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월 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8월 개신교 목사에 의해 발생한 동화사 훼불사건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또한 한국교계에 이웃종교인과 평화롭게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영주 총무는 사과 성명에서 “(종교갈등의) 상황이 지속되면 복음의 길이 모두 파괴될 것”이라며 “지구촌의 또 다른 곳에서 이웃종교인들에 의해 고난받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이라면서 이웃종교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불교계“ 현 정부‘ 종교차별’ 가장 심각”
한편 불교계는 역대 정권 가운데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자유·인권침해 사례와 종교차별·훼불 행위가 가장 높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승려들은 이 같은 종교 간 갈등이 차기 정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계종 중앙의원 주경스님은 최근 열린 선재포럼에서 “차기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현재 종교 간 불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종교갈등 해소를 위해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해 종교차별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1945년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종교차별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 정부의 정교분리 위반 사례가 114건으로 전체 270건 가운데 압도적인 비율로 나타났다.

종평위는 “헌법적 가치에 대해 인식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행태는 최근 보수 성향 개신교계가 헌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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