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이 그동안 모호한 기준으로 논란이 됐던 존엄사, 즉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말기암환자 및 뇌사상태 환자에 대한 존엄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대학교병원이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오병희)에 심의 의뢰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진료권고안’이 공식적으로 통과됐다고 서울대학교병원이 7일 밝혔다.

연명치료 중단은 지금까지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진료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해 왔다. 이에 서울대학교병원은 다양한 전공분야의 의료진과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자체 기준을 세우고, 이 기준안을 지난 12일 원내 기구인 의료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진료권고안에 따르면 존엄사의 결정은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을 고려해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경우로 구분했다.

특히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에 비추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환자의 이익에 최우선으로 부합하고 또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 등 특수연명치료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상태 혹은 환자의 의사추정 또는 의학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을 받도록 규정했다.

권고안에서는 그러나 생명을 단축시키려는 의도의 안락사, 환자의 자살을 유도하는 의사조력자살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반면 환자가 편안히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인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필요성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진료권고안이 연명치료에 대한 논란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게,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 확립에도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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