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안기부 X-파일’ 관련, 지난 2005년 언론사 및 대기업과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검찰 간부들의 실명을 공개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항소심이 열렸다.

이날 P언론사의 기자 임모 씨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 쌍방은 ‘알권리’와 ‘명예훼손’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임 씨는 X-파일의 내용에 대해 “파일 내용을 보면 작년에는 얼마를 줬고 올해에는 얼마를 줘야겠다는 대화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과거에 부적절한 관계가 진행됐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며 “더욱이 재벌총수가 직접 집행을 지시했다면 충분히 유착관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실제적으로 재벌기업이 조직적·장기적으로 검찰을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노 대표가 이니셜로만 알려져 있던 검찰 간부 실명을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노 대표는 원소스가 되는 녹취록에 이미 있던 내용을 단지 실명으로 특정한 것”이라며 “언론인이 하기 힘든 일의 물꼬를 터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답했다.
 
변호인 측은 “원본에 나와 있는 이니셜이 성명과 일치된 경우에 해당돼 직위와 맞춰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노 대표가 실명을 밝힌 것은 이미 형성돼 있는 인지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 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X-파일의 ‘사실여부 확인’에 초점을 맞추며 반격을 가했다.

검찰은 언론인들이 X-파일을 진실하다고 믿었는지, 또 믿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한 언론사 기자를 채택해 증인신문을 할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X-파일에 대한 사실 확인을 증인 스스로가 정확히 했는지 꼬집었다.

검찰은 “돈을 전달할 계획이 있었는지, 시도가 있었는지 사실 확인 절차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노 대표가 게재한 내용은 원본 그대로 내용이 아니라 사적인 소견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중요한 사안에 대해 관계자의 실명을 거론할 경우 그 사람의 명예가 현저하게 침해될 소지가 상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마치 불법자금을 받은 것처럼 단정하고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법이었냐”고 반문했다.

노 대표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0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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