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저출산율 1위 등 우리가 가진 부끄러운 기록들이 많다. 청소년 흡연율과 자살률도 세계 1위이고 지난 4년간 청소년 행복지수도 꼴찌였다. 어른들의 삶 역시 그러하지만,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면 어른들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하며 혼을 내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 보기가 힘들다. 담배 피우는 10대를 꾸짖다 맞아 숨졌다는 끔찍한 뉴스가 오르기도 하는 세상이라,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어른들은 대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을 보면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당장 담뱃불을 끄라고 하고 싶지만, 잘못 건드렸다 망신당하거나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서게 마련이다. 짧은 순간 그렇게 갈등을 하지만 대개는 못 본 걸로 하고 만다. 그러고 나면 나약한 자신의 모습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더러 담배 피우는 아이들과 얽힌 무용담을 자랑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그만큼 나서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의 농촌 등 공동체 사회에서는 아이들 교육이라는 게 누가 특별히 가려 하는 게 아니었다. 동네 어른이나 나이 많은 형이면 누구나 어느 집 아이 가리지 않고 가르치고 타이를 줄 알았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 할아버지 할머니조차 제 손자 손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 힘들다. 내 자식은 내가 가르친다며 부모들이 끼고 감싸는 대신 누구도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게 한다. 너나할 것 없이 제 자식만 알지 남의 자식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담배를 피우거나 말거나 내 자식 아니라며 고개를 돌리고 마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9~34세 젊은 성인들의 경우 기술직, 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 판매직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흡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여성 휴게실은 아예 흡연실로 변하기도 한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 역시 사는 게 괴롭고 스트레스가 많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또래 아이들이란 게 호기심이 왕성하고 그래서 어른들 몰래 담배를 뻐끔거려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 말아야지, 완전 중독이 돼 담배를 끊지 못하게 되는 것은 큰 문제다.

창의력과 개성을 강조하면서도 교육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아이들의 개성이나 적성 따위는 생각지 않고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고 네모반듯한 교실에 네모반듯한 책상에 하루 종일 앉혀 놓으니 아이들이 온전할 리가 없다. 소나 염소 닭도 들판에 풀어 먹여야 건강하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우리에 갇힌 동물들처럼 사육되다시피 하니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이고 그것을 풀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담배를 피우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절실하다. 획일화된 책상물림 교육보다는 예체능 활동을 많이 하도록 해 스트레스를 풀고 정신 건강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담배 피운다고 불러다 벌점주고 두들겨 팬다고 될 일이 아니다.

8일부터 청소년 수련원 등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과일향 등의 내용을 포장이나 광고에 표시할 수 없게 하는 등 강화된 금연정책이 시행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담배 소리만 들어도 기겁을 하게 할 정도로 독하고 독한 금연정책이 나와야 한다. 담뱃값도 너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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