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2012년 연말 대선 열기가 뜨겁다. 후보들 간의 열띤 토론과 유세 관련 소식을 연일 접하면서 대한민국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흥분, 기대, 걱정, 희망이 섞인 오묘한 감정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여하튼 시간은 흘러 12월 19일 저녁이면 한국호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국민의 손으로 뽑혀진다.

이 시대 리더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에서 당면한 문제를 냉철한 눈으로 파악하여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업중심의 리더, 즉 ‘나를 따르라, 돌격 앞으로’의 전두지휘식 리더가 필요한가. 아니면 속도는 느리지만 구성원의 어려운 고충을 헤아려주고 사람중심의 따뜻한 리더가 필요한가. 지금 우리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보자면 이 두 요소 모두 갖춘 리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리더는 산 전체를 보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변화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정확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산속에 나무 한 그루를 보는 마음으로 사회의 그늘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스한 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포츠에서 리더하면 거스 히딩크를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전무후무할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 4강의 반열에 한국을 이끌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리더십은 카리스마에서 나온다. 그는 훈련시간의 엄격함, 올바른 문제해결의 판단능력, 강력한 지시와 명령체계 등으로 함부로 조직을 이탈할 수 없게 하고 강력한 조직의 집단응집력을 발휘했다. 허나 이것만으로 그가 한국의 전설적 영웅이 된 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따스한 감정과 공감으로 선수 개개인의 아픈 상처와 마음을 만져주었다. 태양과 그림자를 모두 갖춘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그는 해냈다. 그리고 이에 걸맞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 업체하면 페이스북을 빼놓을 수가 없다. 페이스북을 이끌고 있는 리더가 마크 주크버그이다. 알려진 회사의 명성만큼 그와 그 회사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매우 적다. 그래서 여러 기관들이 심층취재를 해보았다. 그 결과 주크버그는 팀웍을 지도하는 축구 코치와 같다는 것을 파악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혼자 주도한다기보다는 주크버그는 팀원들끼리 체계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페이스북을 심층 취재한 포춘지의 제시 햄펠 기자는 주거버그를 “축구 코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수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거죠”라고 말하였다.

좋은 팀웍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이 어떠하듯 구성원들이 리더를 따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리더를 따르려면 리더다운 뚜렷한 목표도 있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따뜻해야 한다. 즉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차갑지만 분명한 지시와 명령도 필요하지만 구성원이 어려울 때 가슴을 쓸어 담을 수 있는 따뜻함이 없다면 그 카리스마는 오래가지 못한다.

따뜻하다는 것은 서로의 온기를 전달할 수 있고 서로의 희로애락을 공유함을 말한다. 즉 리더와 팔로워 간의 마음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서로 다른 음을 내고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합창의 지휘자처럼….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우리 사회가 지식정보화중심에서 공감의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고 하면서 경쟁보다 공존과 협력으로, 수직보다 수평적 조직과 사로를 해야 함을 말했다. 이때 공감과 협력의 기초는 소통이다. 서로 간에 소통 없이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 대표팀은 2008 유로, 2010 월드컵, 그리고 2012년 유로 우승까지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한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다. 그 비결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 말하는 비결은 선수들 간의 동료애와 팀웍이라고 말한다.

팀웍에서의 조화와 소통은 한 개인에게도 해당한다. 스포츠를 수행하는 개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역량 간에 팀웍을 만들어내야 한다. 즉 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오는 소리를 들을 줄 알고 서로 소통시켜 조화롭게 팀웍이 발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내 팔이 하는 소리, 내 몸통이나 다리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서로 간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 뿐이겠는가. 내 머릿속에서 외치는 각양각색의 생각, 감정, 기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피땀 흘려 연습한 자신의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NBA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재능은 게임을 이기게 하지만 팀웍은 챔피언을 만든다”라고 하였다. 또한 칭기스칸은 절전지훈(折箭之訓)을 말하면서 “한 개의 화살은 부러지기 쉽지만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전 세계적 경제 불황, 북한문제, 사회양극화 심화 등 차기 대통령의 어깨가 가볍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 국민 모두의 팀웍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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