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취타ㆍ낙양춘ㆍ보허자 등 궁중연례악 한자리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화려하게 펼쳤던 궁중연회가 재현된다.
조선 제22대 왕 정조는 억울하게 뒤주에 갇힌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지켜봤다. 이때 정조의 나이는 11살이었다. 힘겹게 왕위에 오른 정조는 한 많고 모진 세월을 뚫고 자신을 왕위에 올린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연회를 펼쳤다.
정조 19년의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1795년)’에는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한양 궁궐이 아닌 어머니와 동갑내기였던 아버지 무덤이 있는 화성으로 찾아가 7박 8일간 잔치를 벌인 기록이 있다. 또 책에는 잔치의 진행과정과 참석자들, 연희가 된 춤과 음악, 준비된 음식의 재료와 가짓수, 음식을 쌓은 높이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국립국악원(원장 이동복)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으로, 정조가 혜경궁 홍씨를 위해 열었던 궁중연회를 재현한다.
이번 공연은 의궤 중 ‘봉수당진찬도’의 장면을 전통예술 원형 탐구의 일환으로 ‘왕조의 꿈, 태평서곡’이란 제목으로 무대화했다.
봉수당(奉壽堂)은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으로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헌경왕후)의 장수를 기원하며 1789년 화성행궁에 지은 정전(正殿)이다. ‘봉수당진찬도’는 이 봉수당에서 행해진 회갑연을 그림으로 기록한 기록화다.
공연은 봉수당진찬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헌선도, 쌍고무, 학연화대무, 선유락 등의 궁중무용과 궁중복식, 궁중찬안(음식)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또 의궤에 기록된 수제천, 해령, 여민락, 경풍년, 대취타, 수룡음, 낙양춘, 보허자 등 당대 궁중에서 연주됐던 곡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낙양춘과 보허자는 유일하게 노래가 함께 전해지는 궁중음악으로, 이번 무대를 통해 문화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웠던 정조 때에 행해진 궁극의 궁중 종합예술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혜경궁 홍씨 역할에는 서울대 국악과 양경숙 교수(18일),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보유자인 문재숙(20일),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 한명옥(2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보유자 구혜자(22일), 판소리 명창인 안숙선(23일)이 차례로 출연한다.
‘왕조의 꿈, 태평서곡’은 지난 2001년 국립국악원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후 지난 10년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2005), 창덕궁 인정전(2007), 세종문화회관 개관 30주년 기념공연(2008), 일드 프랑스축제 초청(2010) 등 국내외 굵직한 무대에서 호평받으며 국립국악원의 송년공연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간판 작품이다.
궁중연례악 ‘왕조의 꿈, 태평서곡’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대통령 선거 19일(수) 제외) 5일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좌석은 S석 3만 원, A석 2만 원, B석 1만 원이다. 묶음 좌석으로는 S석 4인권, 6인권을 구입할 경우 40%를, A석 4인권, 6인권을 구입할 경우에는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