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원 시인, 작곡가

연리지(連理枝)란 말은 성적(性的)이다. 큰 사전에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으로 설명한다. 연리지는 금슬 좋은 부부, 화목한 가족 사이의 사랑, 가슴 저미는 연인들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그러고 보면, 연리지는 참 좋은 말이다.

20여 년 전 나는 지리산 천왕봉 등산을 하다 우연히 연리지를 보고 매료되어 이제는 아주 수집광이 되었다. 자연이 서로 만나 한 몸 한 마음이 되어 죽을 때까지 함께 사는 모습. 얼마나 오묘한 진리이며 이치인가. 우리 사는 세상 주변을 돌아보면 참으로 이혼, 파혼이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 가정공동체가 알게 모르게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실제 우리 사회의 이혼 파혼은 위험수위를 이미 넘어섰다. 연간 33만 쌍이 결혼하고 약 11만 쌍이 이혼하는 비극적인 현실문제로 다가왔다. 가정 붕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산출하기조차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연리지는 하나의 대안을 던져주며 동시에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친구나 지인들 방문객 중 이혼을 하려다 연리지의 깊은 뜻을 접하고 서서히 신혼초의 초심으로 마음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충 어림잡아도 무려 33쌍 정도가 연리지의 사랑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현재는 어느 부부보다도 잉꼬부부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하늘과 땅, 산과 바다, 해와 달까지의 거리까지도 늘 대화하며 서로를 적극적인 배려와 특별한 사랑으로 참으로 잘 극복하고 있다. 종파를 초월해서 문제가 없는 부부가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세계적인 밀레의 ‘만종’을 감상해보면 기도하는 부부의 참사랑을 느끼게 된다. 연리지는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 되는 개념이다. 영화와 문학예술, 가요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고전에도 이미 등장하면서부터 여러 가지로 곧잘 활용되고 있다.

나무도 사랑을 한다. 나무들의 러브 스토리. 판소리 ‘춘향가’에 ‘둥둥 내 낭군… 병치화 난만중은 연리지가 좋을 호…’란 대목이 나오고 있다. 당나라 때 백거이가 지은 ‘장한가’에는 ‘하늘에선 비익조처럼 되고 싶고, 땅에선 연리지처럼 살고 싶다’는 구절이 있다. 충북 괴산의 사랑산은 원래 제당산인데, 독특한 연리지 소나무가 발견된 후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 연리지가 세상사에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연리지는 오로지 시인의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궁 즉 통(弓卽通), 궁하면 통한다. 돈이 없어야 재물을 모을 궁리를 하면서 노력을 하게 되고, 당장 할 게 없어야 머리를 굴리게 된다는 것. 연리지 사랑은 가족 해체를 막을 대안으로 소통하고 있다.

연리지를 이제부터라도 주목하고 싶다. 나 역시 연리지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싶다. 용띠 해도 카렌다 한 장을 달랑 남기고 매달려 있다. 연말연시 외롭고 쓸쓸하고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을 연리지의 사랑법으로 가가호호 마음 속 깊이 찾아가보자.

마음에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는 연습을 하자. 버리고 또 버리면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는 훈련을 반복해보자. 비록 말을 하지 못하는 나무 연리지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우리도 나누고 베풀어보자. 사랑은 우리 사는 영혼의 옹달샘이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우선 연리지부터 관조하면서 기도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나무 안에 있으면 가진 것이 하나 없어도 나는 행복해진다. 나무 안에 있으면 차라리 내가 바보가 되어도 너무너무 좋다. 나무 안에 있으면 할 말이 하나 없어도 너무너무 평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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