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프로리그에서 안 뛰는 선수가 뛰고 실제 뛰는 선수는 벤치에서 응원을 한다. 대학팀도 에이스들은 슬렁슬렁 뛰고 후보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뛴다. 프로팀이든, 아마팀이든 도대체 이기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선수들의 기용부터 경기 내용까지 제대로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를 타이틀을 걸고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요즘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2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의 모습이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이후 처음으로 프로팀과 대학‧실업 등 아마팀이 함께 겨루는 흥미로운 대회의 성격 때문에 농구팬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됐던 대회는 차마 보기도 싫은 졸작이 되고 말았다. 당초 부적절한 대회 시기와 방법 등으로 인해 프로, 아마팀들의 파행적인 경기운영이 예상됐던 우려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낸 셈이다.

이 대회는 프로 10개 구단, 대학 7개팀, 상무 등이 참가해 지난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농구대잔치 이후 가장 큰 농구한마당을 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선교 한국농구연맹(KBL) 총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야심찬 사업의 하나였다. 취임 2년째를 맞은 한 총재는 1997년 KBL이 출범한 이후 한국 농구를 돌아볼 기회를 갖고 지난 수년간 정체 기미를 보인 프로농구의 인기를 되살려보려는 의도로 이 대회를 기획했다. 허나 프로와 아마팀들은 대부분 주축 선수들을 경기에서 제외시켜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일부 농구관계자들은 대회 시기가 정규 프로농구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열려 프로팀 선수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경기력 관리를 위해 몸을 사릴 수 있고 대학 등 아마팀들은 시즌 경기가 종료된 이후 열려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회 시기가 적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회 뚜껑이 열리자 프로팀들은 주전을 대거 제외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등 대회 기간을 휴식기로 여겨는 분위기가 짙었다. 실제로 이 대회 기간 중 프로농구가 열리지 않아 이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일부 대학팀 감독은 “대학팀들이 연습경기를 하러 프로구단을 찾아갈 때도 기용하지 않는 선수들이 나오더라”고 한심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경기 모습을 농구팬들이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들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농구의 이미지가 크게 나빠질 우려가 높다. 이런 수준의 농구경기를 보고 팬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여기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NBA의 수준높은 경기를 케이블 TV 등을 통해 동시간대로 즐기며 팬들의 기대치는 점차 높아져만 가는데, 사상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프로-아마 최강전이 전혀 성의없게 진행됐다는 사실은 팬들로 하여금 크게 배신감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

KBL 농구가 현재의 궤도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농구대잔치의 화려한 성공에 크게 힘입었다.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등 대학 선수들의 패기 넘친 플레이가 형님뻘 되는 기아, 삼성 등 실업팀 선수들을 크게 위협하며 예측 불허의 명승부를 낳아 농구를 최고 인기스포츠의 반석으로 올려놓았다. 농구 관련 영화와 TV 드라마까지 제작되며 많은 팬들을 모았던 농구대잔치의 성공은 프로농구가 성공적인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프로농구를 출범시킨 뒤 용병제도의 도입과 프랜차이즈 정착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KBL은 지난 수년간 불어닥친 경기 침체와 맞물려 팬들의 급격한 관심 저하와 볼거리 부족으로 인해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려왔었다. 이런 마당에 프로농구의 중흥을 위해 농구대잔치의 영광 재현을 노렸던 프로-아마 최강전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게 된 것은 전적으로 KBL의 무사안일한 행정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참가팀들이 농구대잔치와 같이 흥미진진하고 박력있는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프로 정규리그와 대학팀 일정 등을 고려해 대회 일정을 잡았어야 했다. 이런 식의 대회를 하려면 차라리 열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나면 NBA TV 중계나 보고, 개그콘서트나 보는 것이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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