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경상북도 상주시 모서면 삼포 1리에 사는 노인들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에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물리치료·치과 등 전문의 없어, 언제 시행할지 계획 불확실
보건지소 “재정·장비구축 어려워, 도에 요청해도 오지 않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마을에 보건지소가 있음 뭐합니까. 노인들 진찰은 안 해주고 큰 병원만 가라는데… 답답합니다.”

지난달 20일 오전 경상북도 상주시 모서면 삼포1리 버스정류장. 상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들어와야 있는 이곳은 매우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오고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60세 이상 노인이다. 청년들은 학업과 직장을 위해 오래전 도시로 나간 듯 보였다. 그야말로 젊은 층이 부족한 농촌의 현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곳 마을은 삼거리 정류장을 기준으로 빙 둘러 있다. 80여 가구가 있지만 집집마다 1~2명의 노인이 살다보니 마을은 텅 빈 느낌이다. 10여 분 걸어 집들이 겹겹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보이는 허름한 대문 사이로 한 노인이 보였다. 김형권(85) 할아버지다. 기관지가 좋지 않다는 할아버지는 상주 시내에 있는 종합병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10분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 수십 번 ‘가다 쉬다’를 반복해”라며 “숨이 차 스무 걸음 정도 가면 쉬어야 해. 버스를 타도 병원까지 한 시간이나 걸려”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에 있는 보건지소에 가면 그냥 큰 병원에 가라고 해. 진료를 제대로 안 해주니 시내로 갈 수밖에…. 근데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조흥연(77) 할아버지는 마을에 있는 보건지소는 신뢰가 안 가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할아버지는 “아픈 데가 많아 병원에 빨리 갔다 와야 하는데 마을에는 제대로 된 병원이 하나도 없어”라며 “보건지소가 있음 뭐해, 허리가 아파서 가도 찜질을 해주나 뭘 해주나…. 치과도 없어졌지 뭐야. 노인들이 원하는 건 아무것도 치료받을 수 없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이 마을에 있는 보건지소는 규모를 확장해 시장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의사, 보건직 근무자, 간호사가 각각 1명씩 근무를 하고 있다.

보건지소에서는 감기, 고혈압, 당뇨 등을 진료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치과나 물리치료 등은 언제 시행할지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보건지소 관계자는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80~90세 할아버지들이 오신다. 관절, 허리 요통 등을 앓아 물리치료를 받길 원하지만 재정이 부족해 장비를 구축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과 시설은 갖추고 있지만 공중보건의(병역의무 대신 3년 동안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가 없어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인력이 필요하다고 도에 요청해도 오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4월까지 진료가 어려우며 이후에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힘이 들어도 시간과 돈을 들여 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노인들은 전문의들이 농촌에 와 주기를 희망했다.

25년째 당뇨를 앓고 있는 김정수(70) 할아버지는 “병원이 멀다보니 자주는 못 가. 집에서 식이요법을 하면서 병을 조금씩 치료하지”라며 “소망이 있다면 전문의가 시골에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인네들 봐서 와줬으면 해”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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