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남 에듀윌 대표

우연히 TV를 보다 신인 패션디자이너들을 발굴하기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신인 패션디자이너들이 완성한 의상을 보며 심사위원들이 평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심사위원이 “의상의 컨셉은 좋은데 마무리가 형편없네요. 그 점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하고 말을 했다. 처음에는 ‘의상이 정말 멋지네’ 하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는데 심사평을 듣고 난 후 지적을 받은 의상을 자세히 보니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치마 밑단에 실밥이 나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렇게 멋져 보였던 의상이 미완성된 의상으로 보이면서 실망감이 느껴졌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시작하고 나면 일을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작’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마무리’라는 점에 이견을 가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J과장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가 많아 동료나 후배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J과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실력만큼 사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처음 기획은 J과장이 했지만 실제 중요부분의 진행을 맡거나 외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은 다른 직원이 맡을 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바로 J과장이 맡은 업무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오탈자 실수를 하거나 중요한 데이터를 빠트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직장상사는 결국 J과장이 내놓은 의견만 반영하고 J과장을 뒷전으로 여기는 일이 당연시 되어버렸다. 만약 J과장이 자신이 맡은 업무를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면 J과장은 현재 기획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인재로 대우받고 있을 것이다.

2012년도 어느덧 12월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벌써 한 해를 보내고 다가올 2013년을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대부분은 지난 1월 새해를 맞으며 보람찬 한 해를 보내기 위한 계획들을 세워놓았을 것이다.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올해 세워 놓았던 계획들을 얼마나 잘 지켜냈는지 그리고 지키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올 한 해를 정신없이 보내느라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아직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주요 이슈를 정리한 분야별 10대 뉴스가 나온다. 이를 벤치마킹해 올 한 해 나만의 10대 뉴스를 만들어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한 해의 마무리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2012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진행될 때 서울 곳곳에서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감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꽃놀이가 끝난 뒤 여의도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새벽까지 몸살을 앓았고, 환경미화원 200여 명과 행사 주최 측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500여 명이 밤새도록 쓰레기를 치웠다고 한다.

반면 ‘2014 브라질월드컵 축구 최종예선’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는 관중석의 쓰레기를 치우는 한국 응원단의 모습이 이란 현지 언론에 포착되어 이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텅 빈 관중석의 쓰레기를 치우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한국 응원단의 모습에 이란 관중들은 '진정한 승자는 한국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마무리의 차이란 바로 두 사례가 주는 느낌의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어떤 일을 하든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마무리를 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실은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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