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진나라 왕 정(政)은 천하 통일을 하기 위한 이사의 계략을 받아들여 약소국들을 하나하나 침공하여 궤멸시키기 시작했다. 진왕은 이사를 왕의 고문으로 승진시켰다. 이사는 어느덧 최측근에서 왕을 설득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 무렵 한나라 기술자 정국(鄭國)이 진나라의 관개용수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공사는 진나라의 국력을 소모시켜 동쪽 정벌을 억제하기 위한 한나라의 모략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왕족과 중신들이 일제히 왕에게 아뢰었다.

“다른 나라에서 진나라에 와 채용된 자들은 대부분 첩자라고 보아도 큰 잘못이 없습니다. 모두 쫓아내야 합니다.” 쫓아낼 사람 가운데는 이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그러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왕에게 직접 아뢰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쫓아낸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옛날 목공은 여러 나라에서 인재를 구했습니다. 그래서 목공은 유여를 융으로부터 초빙하고 백혜리는 완, 건숙은 송 그리고 비표와 공손지는 진(晋)에서 초빙했습니다. 이들 다섯 사람은 모두 진(秦)나라 사람은 아니지만 진나라는 이들을 대신으로 맞아들여 20개국을 병합하고 패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효공은 다른 나라 사람인 상앙을 등용하여 그가 마련한 세법으로 내정의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그 결과 백성들의 형편은 향상되고 국력도 충실해지고, 신하들은 맡은 바 일에 정성을 다했으며 제후들도 심복해 왔습니다. 그래서 진나라는 초나라와 위나라의 군사를 무찌르고 영토를 넓혀서 오늘날의 기초를 닦은 것입니다.

다음으로 혜문왕은 어떠했습니까? 이 분 역시 외국인인 장의의 의견에 따라 한나라의 삼천 지방을 점령하고 서쪽으로는 파와 촉을 병합했으며 북쪽으로는 위나라의 상군을 빼앗고 남쪽으로는 한중을 빼앗아 초나라 영의 야만족을 억누르고 초나라의 언과 영을 제압하고 동쪽으로는 성고의 요지를 발판으로 기름진 땅을 빼앗고 6개국의 합종을 깨뜨리고 진나라에 복종시켰습니다. 그 공은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왕은 외국인인 범수를 중신에 임명하는 한편 왕의 친족인 양후와 화양군과 그 형제들도 다 물리쳤습니다. 그렇게 하여 소왕은 호족의 권리를 억제하고 왕실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제후들의 영지를 차지하여 결국 주나라를 멸망시키고 진나라를 일으켰습니다.

이상 말씀드린 네 분 군주들의 공은 모두가 외국인의 활동에 의하여 이룩되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 하여 진나라를 배반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들 네 군주가 만일 타국인을 거부하고 등용하지 않았다면 진나라의 오늘의 번영은 물론이고 진나라라는 이름조차도 사라지고 없었을 것입니다.”

이사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 구슬이나 각지의 미녀와 음악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무엇이든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 밖에 갖지 못한다면 왕은 무엇으로 마음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구슬이나 음악은 다른 나라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유독 사람만큼은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외국인은 그 인물됨이 어떠하든 무조건 내쫓으려 하십니다. 이것은 인간보다도 구슬이나 음악을 중시한다는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좁은 생각으로 어떻게 천하통일의 위업을 성취할 수가 있겠습니까? 땅이 넓으면 그만큼 수확량이 많고 나라가 크면 사람도 많습니다. 군대가 강하면 병사들이 용감하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큰 뜻이 들어있을수록 도량이라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예를 들면 태산일지라도 한줌의 흙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높이를 보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황하나 바다도 아무리 작은 개천의 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만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왕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인간일지라도 거부하지 않음으로서 훌륭한 정치를 펼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저 옛날 오제 삼황이 천하를 굴복시킨 것도 이와 같은 정치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