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웹툰 ‘와라! 편의점’을 연재 중인 지강민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2008년 이후 5년간 연재 장수 웹툰 ‘와라! 편의점’
애니메이션·캐릭터상품·게임 다양한 콘텐츠 개발돼

화실 생활 제외하곤 독학으로 만화 공부
만화가는 장기전이라 건강 챙기려 노력
내년쯤 신작 위해 차별화된 그림체 구상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최근 많은 사람에게 편의점이라는 장소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편의점에서는 여러 가지 황당하고 재미있고 한 번쯤은 겪어 볼 법한 에피소드들이 생겨난다. 이러한 일상 속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웹툰으로 그려낸 작가
지강민을 지난달 30일 만나 봤다.

지강민 작가는 지난 2008년 네이버를 통해 ‘와라! 편의점’이라는 제목의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지 작가는 실제 편의점에서 2년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 시기를 통해 탄생한 작품이 바로 ‘와라! 편의점’이다. 웹툰은 현재 400화를 훌쩍 넘었다.

그가 처음 ‘와라! 편의점’을 구상한 것은 제3회 국제디지털만화공모전을 준비하면서였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 1년 전에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구상했었어요. 특이한 그림체를 찾기 위해 습작도 많이 했죠. 편의점 점장님이 마음 좋은 분이라 노트북도 가져가 원고도 그리곤 했어요. 덕분에 ‘와라! 편의점’이 나왔죠.”

2008년 공모전에서 우수상과 인기상을 받은 후 연재를 시작한 그의 웹툰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손님 모두에게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더해갔다.

지 작가가 만화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다. 또 당시 아버지 친구의 비디오가게에서 매일 만화비디오를 공짜로 빌려보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만화로 쏠렸다.

“어려서는 당시 또래들처럼 로봇 만화를 제일 좋아했어요. 방과 후에 아버지 퇴근 때까지 미술학원에서 혼자 옆 친구 그리는 거 보면서 따라 그리곤 했죠. 그런데 특이하게 아버지께 그림을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따로 가르쳐 주진 않았어요. 안 가르쳐 주신 이유는 아직도 몰라요.”

그가 본격적으로 만화 공부를 시작한건 중학생 때부터다. 중학교 이후 순정만화에 빠져 있던 지 작가의 꿈은 군 제대 후 어려워진 집안 사정으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공장, 물류창고 등 이것저것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을 넘게 그리던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그를 힘들게 했다.

“마침 친구가 출판만화 쪽에 데뷔를 하는 데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있는데 하고 싶은 만화를 해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득했죠. 다행히 어머니가 허락해주셨고 친구 화실에 나가면서 다시 만화를 그리게 됐어요.”

대개의 만화가 지망생들이 그렇듯 지 작가 역시 그림 그릴 시간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직장과 병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생계를 포기할 상황도 안 됐던 그가 선택한 것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였다. 낮에는 화실에서 그림 그리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본격적으로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을 다졌다.

중학교 때부터 4년간 매월 순정만화잡지 ‘윙크’를 사모았던 그는 20살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는 ‘윙크’ ‘이슈’ ‘나인’ ‘영챔프’ ‘영점프’ 등의 만화잡지를 사보며 공부했다. 한 권에 여러 만화가 다 모여 있어 홀로 공부하던 그에게는 최고의 교과서였다.

“화실 생활도 반년 정도 했었지만 그 시기를 제외하고는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원래 순정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순정극화를 그리려 했죠. 그런데 군 제대 후 순정만화보다 소년만화가 나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극화보다는 귀여운 그림체가 더 저랑 맞는 것 같아서 바꾸게 됐어요.”

오랜 시간 만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 그는 서른의 나이에 ‘와라! 편의점’을 통해 인기 웹툰작가로 꿈을 이뤘다.

온라인 시장을 통해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나면서 오늘날 만화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 사업이 개발되고 있다. ‘와라! 편의점’도 네이버 웹툰 가운데 콘텐츠 개발 사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표적 작품 중 하나다.

“우선 연재 후 단행본이 발간됐어요. 또 국내 최초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와라! 편의점’ 우유, 팩 음료, 아이스바가 출시됐죠. 아이스바는 지난해 전국 세븐일레븐 빙과류 매출 1위를 하기도 했어요.”

이 밖에도 애니메이션이 TV 채널에 방영되면서 아동을 대상으로 스티커, 다이어리, 지갑, 수첩, 필통, 실내화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개발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게임산업에서도 ‘와라! 편의점’의 인기는 실감할 수 있다. 네이버 웹게임에서 편의점 운영게임이 1위를 달리고 있고, 모바일용으로도 개발 중에 있어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와라! 편의점’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지 작가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는 연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업데이트 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만화가는 장기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건강을 챙기는 편이죠. 헬스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지만 못하는 경우 삼시 세끼는 꼬박 챙겨 먹으려고 해요. 몸에 좋은 음식으로. (웃음) 또 절대 밤을 새우지 않아요. 매일 출퇴근을 하죠. 제 철칙이에요.”

성실한 작가 지강민은 내년쯤 신작 하나를 시작하기 위해 구상 중에 있다. 신작은 차별성을 두기 위해 그림체를 조금 바꿀 예정이라고.

“‘와라! 편의점’은 500화까지 마친 후 연재를 이어갈지 끝낼지 결정하려고 해요. 팬들이 지금 그림체를 좋아해 주셔서 신작은 차별화는 두되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에요.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점장님도 연락 안 한 지 한참 됐는데 한 번 찾아가봐야죠.”

차분히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꿈을 이룬 지강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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