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대 검찰총장(자료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

"신임 묻겠다"…대통령이 사표 수리여부 결정
간부들 용퇴요구 버티다 기획관들에 사퇴의사 밝혀
최재경-김광준 문자 공개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하라"

(서울=연합뉴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2시 검찰 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후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29일 "한 총장이 개혁안 발표 후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부장들(검사장급)에 이어 대검 기획관 및 단장급 간부(차장검사급)가 용퇴를 건의하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8층 총장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간부는 "총장이 그런(사퇴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한 총장은 개혁안 발표 후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 총장의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한다.

청와대는 이날 권재진 법무장관을 중심으로 검찰의 내분사태를 잘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 총장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최 중수부장이 보복성 감찰이라고 반발하면서 현직 총장과 중수부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초유의 검찰 지휘부 내분 사태가 이틀 만에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또 검찰간부부터 일선 검사들까지 전체 검찰조직을 요동치게 한 검찰의 위기 상황이 서서히 진정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검찰은 조직 내부의 분열상을 드러내는 등 큰 상처를 입어 향후 상당한 후유증을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장은 이날 오전 8시께 대검 정문 앞 취재진을 피해 출근했으며 최 중수부장은 오전 8시50분께 대검 정문으로 출근했다.

최 중수부장을 제외한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들은 오전 9시께 채동욱 대검 차장 방에 모인 뒤 채 차장과 함께 한 총장을 면담하고 용퇴를 건의했다.

검찰 간부들의 사퇴 요구에 한 총장은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성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채동욱 대검 차장은 "어젯밤 전국 각지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한 모양인데 일선 검사의견을 청취해보고 밤에 더이상 총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측근 참모들이 총장에게 용퇴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 차장은 "일선 검찰에는 우리들이 용퇴를 건의해서 사퇴하게 할테니 일단 오늘 오전까지는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을 자제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채 차장이 일선 검찰에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차장과 부장 전원이 총장에게 직접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최 중수부장을 제외한 일부 대검 간부들은 전날 자정께 채동욱 차장 방에 모여 한 총장의 거취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 감찰본부는 구속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와 최재경 중수부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이날 공개했다.

김 검사는 최 중수부장에게 '유진에서 돈 빌려준 거 확인해 줬는데,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최 중수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또 김 검사가 '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자들을 대해야 할지'라고 하자 최 중수부장은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욱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라고 조언했다.

감찰본부는 "감찰기간 중 감찰 대상자와 언론대응 방안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도록 조언하는 등 품위를 손상한 비위가 있고 이 사실이 감찰 발표 전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 위상 및 신뢰손상이 매우 심할 것을 우려해 감찰 착수와 동시에 공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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