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전자상가 TV모니터에 카운트다운 중단을 알리는 방송 자막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올해 우주로 솟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번 발사 예정기간을 넘기면 연내에 발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29일 오후 4시 카운트다운이 ‘0’을 가리키는 순간 우주로 솟아올라 540초 뒤 100㎏의 나로과학위성을 고도 302㎞ 상공 궤도에 올려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로호 2단의 추력방향제어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부 전기신호(전류)의 이상으로 발사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 추력방향제어기란 나로호 상단 로켓의 방향을 제어하는 장치이다.

현재 한·러 연구진은 원인 분석 중에 있으며 정확한 원인 규명에 추가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발사대 기립 장치가 철수되는 등 이날 발사 30분 전까지만 해도 나로호 발사를 위한 모든 단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발사 조건도 완벽했다. 특히 전날 진행된 최종 리허설에서 기술적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을 뿐더러 하늘도 이날 나로호의 우주궤도 진입을 허락했었다.

나로호 발사를 위해서는 기술적 점검뿐 아니라 당일 기상상황과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우주발사체는 하늘이 허락한 특정한 시간에만 발사가 가능한데 이 시간을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발사 윈도우)’이라고 한다.

발사 윈도우는 위성의 종류와 발사 장소, 궤도면과 태양의 조건에 따라 다르다. 위성은 태양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기 때문에 궤도에 진입한 후 위성의 태양 전지판이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 29일 오후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발사가 중단됐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인근 해상에서 바라본 나로호가 발사대에 다시 장착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만약 궤도에 진입한 위성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할 수 없다면 자체 배터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 따라서 발사시간에 따른 태양의 위치와 위성 궤도면을 계산해 태양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에 발사하는 것이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라남도 고흥은 이날 오전부터 구름이 많은 날씨가 이어졌으나 나로호 발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였다.

나로호는 지난 2009년 8월과 2010년 6월에도 발사됐으나 모두 정상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우선 1차 때는 페어링(위성덮개)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 2차 때는 136.3초에 1차 진동이 발생한 뒤 약 1초 뒤 내부폭발로 인한 2차 진동으로 교신이 끊기면서 실패했다.

이에 한·러 연구진은 두 차례 실패에 대한 전면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발사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등 발사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구체적으로는 페어링 분리에 사용되는 기폭장치를 고전압 방식에서 저전압 방식으로 바꿨다. 또 비행종단시스템을 떼어버렸다. 3차 발사도 ‘어댑터 블록’의 문제로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는 가운데 29일 또 이상이 발견돼 발사카운트다운이 중지되면서 잠정 미뤄졌다. 이번 발사 예정기간은 12월 5일까지다.

지난 10년간 5200여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가운데 나로호 발사는 3차 발사가 마지막이다. 나로호 1단부 제작을 맡고 있는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최대 3차례까지만 로켓을 우리나라(항우연)에 공급키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나로호와 별도로 나로우주센터에서 계속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해 2021년께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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