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여론추이를 보면 여론조사 기관이나 시점에 따라 약간의 높낮이는 다르지만 대체로 박근혜 후보의 우세 분위기가 많다. 이를테면 ‘리얼미터’가 지난 26일과 27일 여론조사한 결과를 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48.5%, 문재인 후보가 42.2%로 나왔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오차 범위 밖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서는 결과다.

이에 대해 ‘소리 없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독자의 댓글(28일)을 인용해 보자.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적절한 설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2의 박근혜 대세론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다. 그토록 우려했던 ‘친노 필패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안철수가 움직여도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한 독자의 애절한 심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박정희와 노무현 프레임?

이번 대선을 가르는 기본 줄기는 역시 보수와 진보의 ‘보혁대결’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이념적 진영논리의 싸움이다. 안철수의 중도층이 분화되는 상황을 보면 보혁대결이 더 극명해진다. 보수는 무슨 보수냐, 또는 문재인 후보 지지층이 무슨 진보이고 혁신이냐는 등의 구체담론은 논할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구도, 프레임이 그렇게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지역, 세대, 계층 간의 차별성도 이러한 진영논리에 흡수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대선의 프레임 전쟁의 단면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프레임 속으로 지지층을 견인해 내느냐가 이번 대선 전략의 핵심인 셈이다.

그런데 어설픈 프레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정희와 노무현 프레임이다. 물론 예상했던 대목이긴 하지만 다분히 네거티브 공세이고 과거 얘기라는 점에서 생산적인 논쟁도 아니다. 그리고 한두 번 나왔던 얘기도 아니다. 유신독재, 유신공주 얘기는 박근혜 후보 비판의 단골 메뉴였다.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유신정권 피해자들에게 보상토록 하겠다는 것도 그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였다.

반면에 문 후보한테는 ‘친노폐족의 부활’이란 말이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문 후보가 용광로 선대위를 꾸리겠다고 하고 ‘친노 9인방’이 캠프에서 물러난 것도, 이해찬 대표 등의 지도부가 사퇴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재자 박정희의 딸’보다 ‘친노폐족의 부활’이란 공세의 칼날이 더 날카롭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의 폐해는 너무 멀리 있고, 노무현 정권의 폐해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여권 지지층이 전반적으로 지지하는 반면,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야권 지지층 가운데서도 반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철수 현상의 주도세력 가운데는 박정희 정권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친노폐족의 부활’이라는 새누리당의 공세는 안철수 지지층을 공략하는 데도 나름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캠프도 박정희-노무현 프레임이 전략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을까. 최근에는 박정희 대신 이명박 정부로 방향을 바꿨다. 다시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면서 박근혜 후보도 이명박 정부 실패의 공범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이미 이명박 정부와 정서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것도 제대로 통하기 어렵게 돼 있다. 이래저래 문재인 후보 측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결국 자업자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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