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노인대학 한대영 대학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서울 노원구노인대학 한대영 대학장

유교사상에 매인 장례문화, 시대 맞춰 변화해야
충과 효 사상은 사회 질서 잡아가는 기초 덕목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24만 6400명(2008년), 24만 7000명(2009년), 25만 5400명(2010년), 25만 7300명(2011년).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른 연간 우리나라 사망자 수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최근 ‘무덤’ ‘묘’에 대한 효의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바로 서울 노원구노인대학 한대영(67) 대학장이다. 지난 21일 노원구민회관 2층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전공은 정치외교학이지만 역사학도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동서양 역사를 말하는 데 있어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설명은 거침이 없다. 최근에는 사회복지학, 교육학, 예절지도사까지 배우려는 그의 꿈은 여전히 청춘이다. 특히 사회복지와 예절교육은 그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함께 할 학도의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황희 정승의 아들 길들이기, 고려장 등…. 이야기 가지가 뻗어나가자 우리나라 매장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한 대학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 같이 이렇게 작은 땅덩어리에서는 산 사람도 살기 어려운데 죽은 사람을 다 매장식으로 묻으면 나중에 후손들이 살 땅은 점점 부족해지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 우리나라 70%는 산지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묘는 특히 산에 많다. 묏자리는 보통 볕이 잘 들고, 지대가 높은 곳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산에 묘가 많다는 것도 그만큼 우리나라가 매장문화에 많이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 매장문화는 원래 우리나라의 고유 풍습이었을까? 한 대학장은 원래 우리나라는 지금 같은 매장문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원래 우리나라에는 매장문화가 없었어요. 조선시대 때 유교사상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면서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체에 대한 예를 갖추게 됐죠. 시신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사상이 강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매장문화가 발전하게 됐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삼국시대 이후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 장례문화’와 조선시대 때 들어온 ‘유교 장례문화’는 서로 다르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시신을 화장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스님이 입적하면 화장을 한다. 화장하고 나온 ‘사리(舍利)’가 매스컴에 보도되는 것도 이러한 화장문화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한 대학장은 매장문화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진 않는다. 매장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신과 시신을 담은 관 그리고 수의는 모두 자연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자연훼손에는 별 문제될 것이 없다.

단지 매장된 시신이 자연으로 돌아갈 만한 시간적 여유 없이 너무 많은 사람이 사망한다는 것과 앞으로 계속 시신을 매장함에 있어 제한된 국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또 한 대학장은 화장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설명한 그의 논리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 사회복지차원에서 고인의 유적(遺跡)이 산 자의 생활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따라서 화장을 한 뒤에 나오는 한 줌의 재, 즉 유골분(遺骨粉)을 유골함(遺骨函)에 담으면 이 또한 납골당에 모셔둔 이상, 산에 묻은 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다시 말해서 한 대학장이 말하는 화장문화는, 사회복지차원에서 ‘물질적인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흔적’을 남겨두자는 것을 말한다.

이어서 한 대학장은 오늘날 고인의 시신에 대해 갖춰야 할 예도 어느 정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장식으로 하게 되면 묏자리 세, 관 값, 수의 값 등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점점 늘어나는 묘의 기(基), 그리고 쌓여가는 유골함이 그 장소를 유쾌하게 만들진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조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하다는 것 자체가 조상에게 무례를 범할 수도 있고, 무자(無子)인 고인에게는 유골이 방치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유골을 보존한다고 해서 꼭 조상에게 온전히 예를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대학장은 장례문화에 대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될 수 있으면 수목장이나 산골장을 애용했으면 합니다. 유골을 자연에 뿌리면 유골이 어디에 매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자연을 보며 고인을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자연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까지 생기지 않을까요?”

수목장은 유골을 나무 밑에 묻어 자연에 회귀하는 장묘방법이며, 산골장은 유골분을 지정된 산, 강, 바다 등 자연에 뿌려 안장하는 방법이다. 한 대학장은 이 방법이 꼭 유교사상에 배임되는 방법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차원에서 고인을 생각하는 방식만 달라졌을 뿐 오히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후손을 배려하는 모습이야 말로 조상이 대대로 물려줄 예, 즉 오늘날 현실에 맞는 효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에 이러한 말을 덧붙였다.

“마음 중심으로 정성을 다하는 충(忠)과, 윗사람을 공경하는 효(孝)가 있으면 사회 질서는 자연히 잡힙니다. 유교적인 관념으로만 볼 게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덕목이죠. 구태여 옛날 교육 방법을 고집하자는 게 아닙니다. 사회 질서를 잡아가는 데 충과 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예요. 먼저 가정에서부터 충과 효를 적용한다면 국가 질서도 잡힐 것이고, 나아가 전 세계도 충과 효를 받아들일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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