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식 서대문노인대학 부학장

기본은 어느 곳에든 필요하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기본이란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또는 꼭 있어야 하는 것과 사물의 밑바탕이 되는 토대와 근본 그리고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기본의 중요함을 모르지는 않는다. 공기의 중요함과 비슷한 점이 있다. 늘 잊고 살 뿐이다. 일흔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선생님들께서 살면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어디입니까(어느 대학, 어느 연구소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느 노학자가 질문을 받자마자 대답을 했다. “유치원입니다.”

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재차 묻자, 그 노학자는 “자기가 가진 것을 친구와 나누어야 한다. 남의 것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자연을 사랑하라. 거짓말을 하지 마라. 부모님께 효도하라 등 이런 것들을 배운 것”이라 답했다.

그렇다. 노벨상 수상자도 유치원에서 배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중시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수학문제도 구구단을 모르면 안 된다. 크고 작은 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을 지켜야 한다. 큰일을 성취하였거나 큰일을 이루지 못했거나 했을 때 결과에 대해 분석을 해보면 기본에 대한 준수여부가 대두된다. 사회에서는 기본은 없고, 융통만 횡행하고 있다.

작금의 세태는 기본 없이, 아니 아예 잊고 산다. 거품 속을 헤매고 있다. 가격, 내용물, 지식, 계약서, 정책 등 거품 속에 있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점들을 따지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사회 환경은 모질게도 말고, 모나게도 말고, 모르게 살라고 한다. 매일 사용하고 있는 말이나 글에도 기본원칙은 존재한다. 말 속 진실을 찾으려면 거품 몇 겹을 벗겨야 하니 참으로 삭막하다.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거짓인가를 찾기가 어렵다.   

오늘날 현실을 직면해보면 기본을 경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질서, 기본태도, 기본철학 등을 등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꼭 실천해야 하는 항목을 한 번쯤 점검해 본다면 후환은 없을 것이다. 불나고, 병나고, 혼나고 하는 일이 생기는 이유는 모두 기본을 업신여긴 탓이다.

유치원에서 배운 지식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말고 새 날을 여는 마음으로 되새겨 봄은 어떨까. 적당히 취급했던 기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날이 다시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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