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이사는 초나라의 상재 출신이다. 그는 젊었을 때 고향에서 하급관리를 지냈다. 하급 관리시절 그는 관청의 변소에서 쥐가 인분을 먹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 변소를 들락대는 쥐는 언제나 사람이나 개의 기척에도 놀랐다. 그는 또 식량 창고에 들어갔을 때 곡식을 훔쳐 먹는 쥐를 보았다. 그 쥐는 사람이나 개의 기척에도 별로 놀라지 않고 유유히 제가 먹던 곡식을 먹고 있었다.

이사는 그 두 가지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탄식을 했다.

인간은 결국 어디에다 자신의 몸을 두느냐에 따라 그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사는 순경(荀卿, 순자, 성악설의 유학자)의 문을 두드리고 정치학을 배웠다. 공부를 끝내자 이사는 어느 나라에 가서 일할까를 따져 보았다.

‘초나라 왕은 쓸모없는 인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찾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국력이 약한 나라에서는 공명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서쪽으로 가서 진나라에 일하는 것이 좋겠다.’ 이사는 결심이 서자 스승인 순경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기회가 찾아오면 물러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는 나라마다 싸우는 시대로서 유세객이 그 일을 할 때입니다. 지금 천하의 형세를 살펴보니 가장 우세한 것이 진나라로 천하를 무력으로 쓰러뜨려 군림하려는 기세입니다. 바로 지금이 그때입니다. 저와 같이 관직이 없는 자로서 좋은 기회라 생각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자로서 발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금수와 다름없습니다. 인간이라면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없으며 가난한 것처럼 슬픈 일도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그와 같은 경우에 만족하고 세상을 등지고 산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나라로 가서 진왕을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여 이사가 진나라에 도착한 것은 장양왕이 죽은 뒤였다. 이사는 진나라 최고의 실력자인 승상인 여불위의 식객이 되었다.

여불위는 이사의 재능을 인정하고 왕의 시종으로 추천했다.

이사는 어느덧 최측근에서 진나라 왕 정(政)을 설득할 수 있는 신분이 되었다. 그는 어느 날 왕에게 진언했다.

“큰일을 하는 데는 상대방의 허점을 이용하여 사정없이 공격해야 합니다. 소인은 그런 눈치를 채지 못하므로 대개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옛날 목공이 패자이면서도 동방의 여러 나라를 병합하지 못했던 것은 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제후들의 수도 많았으며 주 왕실의 위력도 쇠퇴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패자가 다 함께 주 왕실을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 주왕실이 쇠약해졌고 여러 나라들이 서로 침략을 일삼은 결과 진나라 효공 때에 중원은 여섯 나라로 합쳐졌습니다. 진나라는 효공 이후 6대에 걸쳐 그들 6개국 위에 군림했기 때문에 제후들은 가신과 다름없었으며 완전히 진나라의 위력에 복종하고 있습니다. 진나라의 국력은 몹시 강대하고 왕께서는 매우 현명하십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제후들을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좋은 기회입니다.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만약 이 시기에 지체하게 되면 제후들은 틀림없이 다시 세력을 모아 합종을 이루고 대항해 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방책을 강구하더라도 천하 통일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진왕은 이사의 의견에 따라 그를 부관으로 발탁하고 비밀리에 모사들에게 금은보화를 주어 제후들에게 공작원으로 보냈다. 모사들은 제후들의 중신 중에서 재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 뇌물을 주었다. 협력을 거부하는 자가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였다.

그렇게 하여 왕과 신하를 이간시킨 뒤에 용맹한 장군과 군사들을 보내 무력을 앞세워 침략하여 그 나라를 점차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왕의 고문으로 승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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