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판 중인 산양분유. (왼쪽부터) 일동후디스, 아이배냇, 남양유업 제품.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남양유업이 산양분유를 공식 출시했다. 시장 상황을 살피며 시기를 엿보던 남양은 이달 초부터 인터넷 판매를 시작, 마침내 22일 산양분유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앞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앞뒤 가리지 않는 노이즈마케팅으로 비난을 초래한 사례와 같이 이번에도 사실을 왜곡한 홍보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신제품에 대해 남양은 “모유와 동일한 단백질 조성을 만들기 위해 국내 ‘최대량’의 산양유를 원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산양분유는 모유와 다른 단백질 조성 때문에 아기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반 산양유보다 3배나 많은 원유를 들여 제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단백질은 유청단백질과 카제인단백질로 나뉘는데 산양유는 20:80 정도의 비율이다. 남양은 이를 모유의 단백질 비율인 60:40으로 맞추기 위해 유청단백질을 첨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청단백 추출을 위해 몇 배나 많은 원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많은 원유를 소모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어 그동안 제품 출시가 지연됐다”는 게 남양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업계는 ‘최대량 사용’이라는 말이 사실을 왜곡하고 소비자를 호도한다고 지적한다.

또 모유의 6:4 비율을 주장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다. 산양유의 경우 일반 우유보다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아기에게 영양학적으로나 소화흡수 측면에서 이상적인 조성을 만드는 것이 조제분유의 목적이지 모유와 같은 6:4를 고집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산양유는 모유단백질 성분인 베타카제인(β-카제인)이 우유보다 많고 중쇄지방산도 풍부해 소화흡수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양분유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산양분유가 단백질 조성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이다. 오히려 6:4를 맞추기 위해 유청단백질을 늘리면서 베타락토글로불린 함유량이 많아져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대 사용량’ ‘3배의 원유 사용’ 등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의 논리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남양이 첨가했다는 유청단백질은 일반적으로 치즈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유청에서 소량의 단백질을 분리해 건조시킨다.

따라서 유청단백질을 판매하는 업체로부터 해당 성분을 구매해 첨가하고 그 양을 따로 표기할 수는 있지만 ‘타사보다 몇 배의 원유를 사용했다’는 광고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마치 두부를 제조한 후 잔여물에서 필요 성분을 추출해 놓고, 그 성분만을 위해 원재료인 콩을 00㎏ 더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남양 측은 “유명 글로벌 회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 그 외의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만 전했다.

이와 함께 남양산양분유가 우유에서 추출한 유당을 쓴다는 점도 ‘최대량’ 이라는 문구를 무색케 하는 부분이다.

‘A2밀크’ 부분도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남양은 모유 속 단백질인 A2베타카제인을 강화한 ‘남양만의 특수 원료 A2밀크’를 신제품 산양분유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모유나 산양유 자체를 A2밀크라고 부른다. 우유와 다르게 주로 A2베타카제인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양분유를 내놓으면서 ‘특수 원료 A2밀크’ 운운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남양의 우유(젖소)분유 중 임페리얼XO에는 A2혼합탈지유(탈지유, A2탈지유)가 3.6% 들어있는데, 남양은 2009년 임페리얼에 이같이 A2밀크를 첨가하며 제품을 리뉴얼하고 가격을 6~10% 올린 바 있다. 그 당시부터 남양은 ‘국내유일, A2Milk 사용’이라는 홍보문구를 사용했지만, 이미 I사의 산양분유에 A2밀크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주목한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원산지의 안전성을 주장한 부분에도 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남양은 기존 회사 제품들이 뉴질랜드 산양유를 쓰는 반면, 자사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산양유를 사용해 방사성 물질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남양산양분유1’의 경우 원산지 및 함량은 산양탈지분유(오스트리아) 12%, 유당(수입산), 산양농축유청단백분말(미국) 6.5%, 산양초유분말(호주) 0.3% 등이다.

하지만 업계는 만일 오스트리아가 뉴질랜드보다 더 안전하다면 어떻게 더 안전한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모호하게 안전성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남양은 “방사능물질이 검출됐던 뉴질랜드가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위생 기준을 갖춘 한국에서 산양분유를 생산한다”고 강조하지만, 남양이 언급한 방사능물질 사례는 한국 정부의 기준치에 비해서 극히 미미한 수준의 세슘이 검출됐던 건이다.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조하는 방식과 유통기한 단축에 대해서도 업계는 문제를 제기한다.

남양은 오스트리아 산양유를 탈지분유로 만들어 들여온다. 원유를 액상 그대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보존을 위해 지방분을 빼고 탈지분유를 만드는 1차 가공 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다. 국내 공장에서는 다른 성분과 배합하는 2차 가공을 거쳐 완제품을 만든다.

이 때문에 기존 업체들이 뉴질랜드 현지공장에서 원유 착유 후 24시간 내에 완제품을 제조하는 것과는 신선도에서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또 1차 가열 후 국내에서 2차 가열을 거치면서 영양소가 파괴되거나 단백질 변성 현상이 일어나 물에 잘 녹지 않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남양이 강조한 유통기한에 대해서도 ‘제조 공정상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남양은 자사의 산양분유가 유통기한 20개월인 반면 타사의 뉴질랜드 제조 산양분유는 유통기한이 36개월로, 자사 제품이 유통기한을 크게 단축해 아기에게 신선한 제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 1차 가공을 거친 후 국내로 들어와, 2차 가공에서 완제품이 되는 남양제품은 당연히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원재료가 1차 가공을 거친 시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유성분에 대해서는 초유 함유량이 0.3%로 미미해 의미 있는 수치로 보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또 초유유래 성장인자인 IGF는 남양산양분유가 2.2㎍/100ml으로 일동후디스의 2.94㎍/100ml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뉴질랜드의 안전기준이 엄격하지 않고 남양산양분유가 더 엄격한 국내 기준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라는 데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현지에 공장을 갖추고 뉴질랜드에서 생산하는 두 업체의 경우, 뉴질랜드 정부의 검사부터 수입통관을 비롯해 국내 적용 식품기준까지 모두 만족해야 비로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양국의 안전기준을 더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양은 지난 22일 산양분유를 출시하면서 “한국은 엄격한 위생관리 기준을 갖추고 있다.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엔테로박터 사카자키 균에 대해서도 뉴질랜드는 관련 기준이 없는 반면 한국에서는 불검출이 기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양은 지난 2005년경 ‘알프스 산양분유’를 출시했으나 사카자키균 검출 파동으로 결국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당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에 대한 국내 기준이 없는 만큼, 검사치와 국제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내에 적합한 기준을 설정하겠다며 기준규격이 설정될 때까지는 ‘불검출’을 권장규격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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