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아찌 영농조합법인’ 이용희 대표가 자신이 재배한 밤호박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35살 청년 농사꾼의 귀농이야기
“귀농, 삶의 또 다른 기회죠”

[천지일보 광주=이지수 기자] 비탈길을 차로 달려 한참 올라간 산 중턱. 경치 좋고 공기 맑은 전남 해남군 계곡면 법곡리 한 마을에 청년 농사꾼이 살고 있다.

주인공은 ‘해아찌 영농조합법인’ 이용희(35) 대표. 이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 2005년 고려대 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까지 직장생활을 했다. 말 그대로 ‘도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먼 해남까지 와서 ‘청년 농사꾼’으로 불리기까지 자신만의 귀농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실 부모님께서 먼저 귀농을 하셨어요. 그러나 경험이 없으셨던 터라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어지셨죠. 생산해도 판로개척이 쉽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을 조금씩 도와드리다 아예 시골로 내려오게 됐죠.”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지만 그가 해남에 내려오기로 결정하고 부모님을 도와드린 후부터는 경제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지난 5년간 많이 번성했어요. 그전에는 배추만 생산했는데 지금은 여력이 생겨 호박, 고구마 등 다른 작물도 재배하고 수익도 안정됐죠.”

특히 그는 지난달 31일 농촌진흥청 비즈니스 모델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추진한 청년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밤호박과 산채류를 이용한 맞춤형 호두과자를 개발한 것이다. 열심히 달려온 또 하나의 결실이었다.

“호두과자의 모양과 맛은 누구나 다 알잖아요. 우유도 초콜릿, 딸기, 바나나 등 여러 가지 맛이 있는데 호두과자도 다양한 맛과 모양, 색깔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팥 앙금 대신 고구마 앙금을 넣었고 딸기와 블루베리 등을 사용해 다양한 컬러의 호두과자를 만들게 됐죠.”

그가 개발한 호두과자의 제조방법은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또 녹차 호두과자와 모시잎 호두과자, 칡 호두과자 등 기능성을 추가했고 내년부터는 자체 생산한 유기인증 밀과 밤호박 등을 이용한 유기농 호두과자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에는 광주의 한 마트에 밤호박․고구마 호두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 1호점을 개설했다. 또 팜파티 행사를 통해 (Farm Party) 밤호박‧고구마 호두과자 판촉 및 고객 확보에 총력을 다해 전국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가 만든 호두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해 국제농업박람회에 참가했어요. 박람회에서 시식했는데 사람들이 다양한 호감을 느끼고 반응도 정말 좋아 확신하게 됐죠.”

이 대표는 시골에 와서 정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성취감’을 꼽았다. 무턱대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다면 정착하지 못했을 거라고. 자신이 도전해보고 싶은 작물을 선택해 기르고 결실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무엇보다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마찰도 있었어요. 하지만 성취해나가며 재밌게 일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도 차츰 인정해주셨죠. 취미로 공작, 철갑상어, 당나귀, 거북이 등 여러 동물도 키우고 있어요.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이 대표는 도시 생활보다 농촌 생활에서 얻는 것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판로를 개척해가면서 성취해가는 과정에서 주체성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다른 사람의 일을 하면서 고정적인 수입에만 만족해야 했죠. 그러나 귀농 생활은 제가 개척해나가고 하나씩 이뤄나가기 때문에 성취감이 커요. 또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개발하는 재미도 느끼죠.”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이 대표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사회생활을 비교적 일찍 경험하면서 성격도 점점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해 스키와 수영강사도 해보고 외국계 휘트니스센터에서도 일했다.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해아찌 영농조합법인’은 얼마 전 전남도 지정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됐다. 이곳에는 다문화 가정의 베트남인 10명도 함께 일하고 있다.

“농사기업을 만들고 싶었어요. 모종도 분양하고 수익을 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좋은 일도 하고 싶고요. 농사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농사기업’으로 제대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이 대표는 자신의 세대를 필연적으로 경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그도 과거에는 경쟁 속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면 성공은 아예 포기하고 중간 정도만 유지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 생활을 과감히 접고 농촌을 택해 귀농한 후로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과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그는 자신 있게 귀농을 권하는 입장이다.

“농촌은 개척해나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에요. 특히 저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기회의 땅이기도 하죠. 많은 청년이 도시 못지않은 농촌만의 문화를 만들고 함께 개척해 나갔으면 해요. 무엇보다 이곳은 도시보다 할 일이 훨씬 많거든요.”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