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향후 10년의 운명을 맡길 새 지도자로 시진핑과 함께한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출범 후 새 지도부의 성향과 방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제 민주화를 향한 시동은 걸고 있는 듯해 보이나 정치 민주화의 신호는 ‘글쎄’ 하며 어디서도 기미가 나타나질 않는다.

경제 민주화를 통한 경제대국,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군사대국의 꿈의 실현만이 절대 과제로 보인다.

새롭게 구성된 중국 지도부의 이 같은 출발이 세계질서에 어두운 미래를 예측 가능케 함으로써 왠지 씁쓸하다.

씁쓸한 이유는 향후 세계 질서에 있어 시진핑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할 책임국가임을 미국은 물론 세계는 인정해야 한다”고 하며, 또 “국제관계의 최종 결정자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은근하면서도 조용한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의 기본적이며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힘의 논리에 순응하는 과거 지향적 세계질서를 강조하고 유도함으로써, 진보(進步)해 가는 인류 문명과 새로운 문화 창달로 인해 나타날 미래에 합당한 합리적 신질서에 찬물을 끼얹는 발상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를 주도하고 국제관계의 최종 결정자 역할을 하기 위한 G2의 역할은 적어도 모범적 국제관계 수립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 인류의 기본적이며 보편적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인정해야 하며, 그에 따른 제반사항에 대해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중국의 패권팽창주의는 주변국과의 마찰로 이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ㆍ서해에서 일어나는 필리핀ㆍ베트남ㆍ일본 등과의 영토분쟁은 물론 한국과의 영토 및 역사문제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마찰이 결국 중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힘의 논리에 종속돼 중국의 의지대로 해결돼야 한다는 암묵적(暗黙的) 협박에 가깝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정작 따로 있다. 지난 15일 제18차 중국공산당 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때를 맞춰, 칭하이성 퉁런현에선 14살 어린 소년에서 두 아기의 엄마 그리고 어른에 이르기까지 13명의 티베트인들이 분리 독립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수단으로 분신자살이란 극한 방법을 선택하면서 세계를 주목시키고 있다. 티베트인의 분신자살은 2009년 이래 티베트 승려로부터 시작됐으나 이젠 나이와 성별 그리고 직업을 가리지 않고 분신행렬에 동참하고 있으며, 인권단체에 의하면 지금까지 77명의 티베트인이 분신 행렬에 가담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류사에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참혹한 현실이 이 지구상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거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핑계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중국이 깨달아야 할 것은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문제가 인권적ㆍ민족적ㆍ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힘의 논리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잠시 티베트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중국과 인도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티베트, 수도 ‘라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같이 열악한 지리적 조건을 가진 나라를 중국은 왜 국제적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로는 천혜(天惠)의 자연을 가짐으로써 ‘관광자원의 보고’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구리ㆍ납ㆍ아연ㆍ우라늄 등 무한한 ‘지하자원의 보고’라는 점이다. 셋째로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인도와 인접해 있는 국경지대로서 군사전략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무기개발을 가능케 하는 고원지대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낳은 산물 중에 하나가 바로 중국 공산당 정권이라고 한다면, 이 천혜의 고도 티베트는 중국 공산당의 힘의 논리에 희생당한 민족이긴 하겠으나, 그 정신만큼은 살아 있는 것이다. 한(恨) 많은 티베트의 역사는 티베트인의 분신자살이란 현실을 만들어 내면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민족 독립의 불씨를 다시 지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티베트인의 강인한 민족정신 이면에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현재 제14대 달라이 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티베트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4살 때 ‘라마(스승이란 공식적 칭호)’로 공식 인정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또 티베트 경전은 물론 철학, 예술, 공예, 의학, 유물론, 산스크리트 등 다양한 학문과 예술의 장르를 섭렵한 인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16세 때 중공군에 의해 점령당하자 중국공산당에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그후 심한 탄압에 못 이겨 1959년 인도로 망명해 망명정부를 구성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제14대 ‘달라이 라마(큰 지혜를 가진 큰 스승)’는 비폭력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는 정신적 지도자로서 티베트인은 물론 세계가 흠모하는 인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중국은 뇌관 티베트를 포함한 56개 소수민족의 인권과 자유 나아가 독립에 어떠한 기조를 택할 것인가. 미래의 화두는 ‘인류평화’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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