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주춤하자 온라인서 ‘현금지급’
소비자, 들쑥날쑥 보조금 확인 지겹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계속된 단속에도 휴대폰 보조금 경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현금지급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게다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는 보조금과 현금지원금 때문에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 방통위의 보조금 단속이 지속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보조금이 더 기승이다. 특히 개통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의 현금을 지불하는 판매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4만 900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한 온라인 휴대폰 판매 사이트에서는 ‘최초 현금지급폰 분야 원조 카페’라는 타이틀까지 내걸고 영업 중이다.

19일 검색을 통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4개 사이트를 비교한 결과 가장 많은 현금이 지급되는 단말기는 모두 70만 원이 넘는 현금이 제공됐다. 하지만 단말기 기종이 같아도 사이트에 따라 지급액은 차이를 보였다.

대체로 LG유플러스로 개통할 경우에 가장 많은 현금이 지원됐으며, SKT는 같은 기종이어도 지급액이 적었고 KT를 취급하는 곳은 4곳 중 1곳뿐이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오프라인 역시 방통위의 감시를 피한 보조금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가 있기 전 ‘보조금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시장에서 잠시 모습을 감춘 보조금은 국감이후 지방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났다. 이어 이달 초에는 다시 과열 양상을 보였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1~15일 사이 일일 번호이동건수가 2만 4000건을 넘어선 비율은 63%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하루 사이 번호이동이 2만 4000건을 넘을 경우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시장이 과열된 날이 보름 중 절반 이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8일 방통위가 보조금 경쟁을 자제할 것을 경고했지만 보조금 경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주말이나 특정 야간 시간을 노려 게릴라성으로 보조금을 지급하
는 ‘히든 보조금’이 성행 중이다.

최근에는 법인 영업용 물량을 편법으로 판매한 후 바로 사이트를 폐쇄하는 ‘온라인 폐쇄몰’이나 ‘버스폰’ 등 편법도 등장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정신없이 벌어지는 ‘숨바꼭질’ 같은 보조금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이현진(26, 남) 씨는 “보조금 지원이 중단됐다는 말을 들은 지 일주일도 안 돼 동료가 수십만 원 보조금을 지원받아 휴대폰을 구매한 걸 봤다”며 “이후 계속 보조금 지원이 계속 오르는 걸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느라 아직도 휴대폰을 못 사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화문의 한 대리점을 찾은 여성고객은 “단말기가 비싸지만 않다면 차라리 보조금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경쟁 때문에 매일 발품을 팔고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보조금을 비교하고 있는 시간이 아까울 뿐 아니라 지겹다”고 털어놨다.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 역시 “들쑥날쑥한 보조금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다”며 “이젠 진짜 보조금이 줄어 사실대로 얘기해도 믿지 않고 의심한다. 차라리 보조금이 사라지는 게 속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방통위는 경고와 단속이 계속됨에도 보조금 경쟁이 사그라지지 않자 시장 조사를 예정된 기간보다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태에서 정부의 조사가 끝날 경우 다시 보조금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방통위는 2007년 이후 사라진 ‘보조금 규제’를 부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연내 입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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