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GDP 12조달러…영토분쟁 등 걸림돌 산적

(서울=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의 영토 갈등으로 아슬아슬해 보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일단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애초 3국간 정상이 축배를 들면서 협상개시를 선언할 계획이었다가 장관급으로 발표형식이 축소됐다.

이는 정치외교 상황이 좋지 않고 당분간 개선될 기미도 없지만 FTA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을 3국이 수긍한 결과다.

협상이 개시되면 오랜 역사에서 갈등과 침략을 경험한 '3국 3색'의 세 나라가 관세 없는 무역자유화를 통한 지역경제통합의 대로(大路)에 들어서는 셈이다.

3국간 관세장벽 철폐를 위한 FTA가 성사되면 인구 15억명, 국내총생산(GDP) 합계 12조달러에 달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각국 경제성장에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3국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던 지정학적 불안과 경쟁 관계를 완화하고 숙원인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발걸음을 무겁게 할 요인도 적잖다. 각국의 구조조정 부담, 영토분쟁, 중화경제권 확산 우려, 북한문제 등 다양한 정치ㆍ경제적 갈등 요인이 대표적이다.

◇한ㆍ중ㆍ일 경제 현황
2010년 기준 3국의 GDP 합계는 12조3천443억달러다. 세계 전체 GDP(62조9천93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19.6%다. EU(30%), 미국(23%)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경제에 큰 입김을 불어넣을 만큼 막강하다.

교역량은 5조3천236억달러, 인구는 15억2천만명이다. 전세계의 17.6%, 22.3%를 각각 차지한다.

수출은 2조7천940억달러, 수입은 2조5천30억달러로 세계 비중이 18.6%, 6.1%나 된다.

국가별 경제역량은 큰 차이가 있다. 인구와 국토면적 외에 GDP는 우리나라가 1조달러로 중국(5조9천억달러·세계2위)이나 일본(5조달러·세계3위)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1인당 GDP는 일본이 4만2천820달러, 우리나라 2만591달러, 중국 4천382달러로 격차가 크다. 경제성장률은 한국 6.2%, 중국 10.3%, 일본 3.9%다. 외화보유액은 중국(2조8천473억달러·1위), 일본(1조962억달러·2위), 한국(2천916억달러·6위) 모두 세계 상위권에 랭크됐다.
교역액은 중국이 2조8천473억달러로 가장 많다. 일본은 1조4천571억달러, 우리나라 8천916억달러다.

3국간 교역액은 1999년 1천294억달러에서 작년 6천838억달러로 5.2배 증가했다. 특히, 3국간 경제협력은 단순한 교역 증가가 아닌 수직적 분업체계에 기초한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면서 발전 중이다.

◇FTA 경제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발효 후 10년간 우리나라에 최대 163억달러(약 18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FTA의 개방 수위를 높은 수준으로 하면 협정 발효 후 5년 경제효과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0.44% 성장, 후생 96억2천500만달러 증가로 추정했다. 발효 후 10년의 효과는 GDP 1.45%, 163억4천700만달러로 확대된다.

중간 수준 개방이라면 경제효과는 발효 후 5년 GDP 0.37%, 후생 82억7천900만달러로 축소된다. 발효 10년의 효과는 GDP 1.31%, 137억5천300만달러다.

낮은 수준의 GDP 증가 효과는 발효 후 5년 0.32%, 발효 후 10년 1.17%로 관측됐다. 후생 효과는 같은 기간 71억9천800만달러, 116억1천100만달러로 추산됐다.
김영귀 KIEP 지역통상팀장은 "외국인 투자증가와 비관세장벽 감축에 따른 효과까지 고려하면 3국 FTA의 거시경제효과는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도 3국 간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의 GDP는 3.38%, 수출은 6.7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3국 모두 제조업분야가 강해 경쟁력에 따라 산업별 특화가 심화하거나 분업구조가 공고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혜택이 예상되는 분야는 석유화학,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등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산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지 모른다.

농수산 분야는 이미 3국간 교역이 활발한 상태인데다 가장 경쟁력이 있는 중국과의 별도 FTA 협상이 진행중이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농업보호 성향이 강해 개방의 범위가 넓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경림 외교부 FTA 교섭대표는 "한·중·일 FTA는 외생변수에 취약한 역내 교역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원산지 규정통일, 통관절차 간소화로 3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에 기업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봤다.

◇FTA 경제외적 효과
3국 FTA의 효과는 경제에 그치지 않는다. FTA에 따른 교역증대는 상호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장기적으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 독도에 대한 한·일 대립, 북한 문제 등 지정학적 분쟁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동북아 협력시대'를 유도할 수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국 FTA는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증가시켜 정치·외교적 갈등 완화에 이바지할 것이고 제도적 통합에 소극적인 동남아 국가들을 동아시아 경제통합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는 3국간 공동이익 창출, 상호 경제의존도 증대에 따른 정치·외교 안정을 유도해 '동북아人'이라는 지역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각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군사안보상 충돌 가능성, 경제적 경쟁 관계의 심화, 역사인식·문화교류 갈등, 일본·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등을 3국이 극복해야 할 요소"로 제시했다.

그는 3국이 경제협력을 토대로 공동비전, 네트워크, 다자협력체계, 위기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구상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절차와 과제
3국간 협상 개시 선언은 내년 5월 3국 정상회의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후 3국은 상품·서비스·투자 분야의 개방수위를 놓고 치열한 본협상 절차를 밟는다.

양자간 FTA 협상은 보통 1~3년 정도 소요된다. 3국간 협상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걸림돌도 많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중국과 일본이 역사적으로 패권주의 성향이 강해 본협상에서 심각한 주도권 다툼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농업보호 성향, 한국의 개방에 따른 산업피해 우려, 서비스ㆍ투자ㆍ지적재산권을 포함한 포괄적 FTA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 태도, 북한 문제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경림 FTA교섭대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워낙 달라 협상이 쉽지 않고 지정학적 갈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타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원호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3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국, EU와 FTA를 체결한 유리한 국가"라며 "한국의 입장을 십분 활용해 업종별로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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