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사례 1. 심희숙(49, 여,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씨는 한 달에 2~4번 정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남편과 큰아들은 직장에 다니느냐, 둘째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 귀가가 늦기 때문이다. 심 씨는 “4번 정도 모여 식사하는 것도 가족들과 합의한 것”이라며 대화를 나눌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 2. 이건우(17,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군은 평소 부모님과 대화를 자주 한다. 하지만 식사를 할 때만은 예외다.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군은 식사 도중 부모님에게 자주 혼이 난다. 이 군은 부모님과의 대화가 끊겨 죄송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습관이 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가족 간 식사 횟수, 대화 시간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동화약품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초·중·고등학교 재학생 자녀를 둔 부모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밥상머리 교육’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생 가정의 26.9%가 최근 일주일내 가족 구성원이 다 모여 식사한 횟수가 2회 이하라고 답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각각 13.5%, 10.1%로 나타나 자녀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횟수가 뜸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식사에 주로 빠지는 구성원은 아버지(70.4%)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아버지(41.9%)보다 자녀(52.7%)가 가족 식사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밥상머리 대화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식사 내내 대화한다’는 가정은 27.5%에 불과했고 ‘조금 대화한다’는 응답은 65.6%였다.

이어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가정(6%),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가정(0.9%) 순이었다. 특히 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은 식사 도중 대화를 거의 또는 전혀 나누지 않는 비율이 12%에 달했다.

가족 간 대화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통의 주제가 없어서(40%)’가 1위를 차지했다. ‘식사하면서 TV를 보기 때문에(32.7%)’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10.9%)’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 식사 시간도 매우 짧아 고교생과 중학생 자녀 가정 모두 평균 27분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대표는 온 가족이 모일 시간조차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 모두 일을 하러 나간다”며 “자녀와 만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자녀와 부모의 거리는 더 멀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해도 공통 주제가 없어 소통이 단절된다”며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캠페인 등을 국가에서 실시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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