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로 지구촌 3분의 2에 해당하는 나라가 새 지도부와 지도자를 선출하는 해로 시작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는 역시 미국과 중국이 아닌가 싶다. 지난 7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트 롬니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제2기 오바마 시대를 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의 후반기에 나타날 전략적 외교노선이다. 전략적 중심축을 중동이나 유럽으로부터 아시아로 옮기겠다던 계획대로 아시아를 겨냥한 그의 관심은 예상대로였다.

북한과 중국에 대해 강경자세를 견지하며 아울러 군사력 증강을 강조함으로써 아시아를 향한 힘의 외교를 암시했다. 이는 약화된 미국의 정치․경제적 위상과 지도력의 회복과 맞물리면서 당분간 힘의 외교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엔 미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지난 14일 중국에선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를 통해 후진타오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시진핑(59) 국가부주석이 권력서열 1위인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에 올랐다. 동시에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막강한 군부를 움켜쥔 그의 파워는 중국의 향후 10년을 책임지게 됐다.

시진핑은 지난번 미국을 방문해 패권을 지양(止揚)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집권을 앞두고 다시 패권적 외교노선을 공식화 했다. 즉, 막강한 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 주권과 안전, 영토의 완전한 보존과 평화 발전 보장이라는 강경한 노선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그는 향후 세계 질서에 있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할 책임국가임을 미국은 물론 세계는 인정해야 하고, 국제관계의 최종결정자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는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는 국제적 지위와 위상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론 국가 주권과 중국의 핵심 이익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강한 민족주의적 성향도 보였다. 그의 용의주도(用意周到)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의 용의주도함 뒤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남중국해에 있어서의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마찰,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로 인한 일본과의 마찰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시진핑 시대의 개막은 오히려 패권주의가 한층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협력보다 경쟁관계로 치닫게 될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써 新G2(세계 경제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말)의 실질적 리더의 재임 또는 교체를 통해 동북아는 물론 세계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급물살을 타게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 같다. 조심스런 관측이긴 하지만 북한 김정은의 개혁 개방 정책 노선으로 말미암아 변화의 물결이 동토(凍土)의 땅을 녹여가고 있다는 분석이 신뢰를 얻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 쓰나미와 방사선 누출 등의 후유증으로 인해 지속되는 경제 불황과 센카쿠 열도, 독도문제 등으로 인한 주변국과의 갈등이 낳은 경제적 손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와 함께 나타나는 민족주의와 우경화 등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 한반도가 있으며 대한민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시 대선이 한 달여 남아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견지해온 노선은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관계’라는 틀 속에서 만족해야 했으나, 이제 대선과 함께 우리의 다이나믹한 생존전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만 한다.

한반도의 미래가 이 같은 G2라는 양강구도의 틈바구니에서 100년 전과 같이 종속관계의 굴레에 다시 매여 비운의 시대가 재연되지 않도록 능동적 외교안보 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할 때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자는 부탁이요 호소다. 그런 측면에서 치러질 18대 대선과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할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여 남은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왠지 석연치 않다.

정책과 정견 대신 공격에 대한 방어에만 골몰하고 내분으로 내홍을 겪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정책과 정견 대신 단일화에 발목이 잡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며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세력도 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인 것은 대선이 코앞에 다가오자 정책발표를 한다고들 하지만 차별성도 특징도 없는 형식적 속임용에 불과하다는 점을 국민들이 모를 리가 없다. 국민의 생존과 나라의 미래와 다가오는 세계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기로에서 이처럼 안일한 대선 정국과 후보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발표된 정책은 실현가능성도 구체적 제시도 없는 형식 그 자체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세계의 눈은 동북아로 쏠리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로 인한 신질서가 구축되어 가는 과정에서 구한말의 전철을 다시 걷는 아둔한 민족으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다.

국가관도 세계관도 없는 무지한 지도자요 위정자들이라 할지라도 국민만큼은 똑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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