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부정비리라고 하면 우리는 신문지상이나 방송에 나온 사건들을 연상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비리를 청산하기 위해 실천 방안의 하나로서 조직 구성원들이 직접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휘슬블로잉(whistle blowing)의 활성화가 크게 요청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년만 하더라도 정부, 공공기관, 기업을 가리지 않고 각종 횡령과 배임, 이권 개입과 금품수수, 부당한 청탁과 압력행사 같은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재무적 경제적 손실뿐만이 아니라 조직의 존립, 건전한 성장과 사회분위기 조성에도 위협이 되는 연쇄폭발의 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자. 지위나 조직, 구성원에 따라 말과 실천이 별개란 말인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부정비리가 돌출된 정부나 민간기관들이 그동안 청렴행정과 윤리경영 구현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강화해 왔다는 점이다. 최고위층의 확고한 솔선 선언에서부터 번듯한 반부패 윤리헌장을 만들고 교육연수와 행동요령, 감시통제, 조직분위기 쇄신과 같은 중첩된 활동들이다. 안타깝게도 부정비리가 멈추기는커녕 규모는 확대되고 방식은 지능화하고 있다.

부정비리는 그 특성인 은밀함과 폐쇄성 그리고 수법의 진화 발전으로 말미암아 이를 조직외부에서 발견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업무도 다양화, 전문화, 복잡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조직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 고유영역이 정해지고, 집단적인 심리가 작용하면 무책임한 행동을 별거 아닌 것으로 방치하는 악습의 소지가 있다. 여기에 관련자들끼리 입을 맞추거나 감독담당자들의 이해관계까지 겹치면 더욱 그렇다.

결국 실효적 방안은 조직구성원 하나하나가 일체가 되어 부정에 저항하는 태도를 갖고 실천하는 자정활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 조직의 문제를 고발하는 이른바 휘슬블로잉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휘슬블로잉은 부정비리에 대한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예방활동이자 행위를 탐지하는 적발활동이고 사태가 터졌을 경우 발생되는 대응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갖는다.

많은 조직에서 신문고, 건의함, 클린폰, 제보함 등의 이름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그다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영층의 확고한 의지와는 달리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구성원 인식이 팽배하고, 비리를 고발했다가 동료들로부터 왕따 당하거나 심지어 해고되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휘슬블로잉은 조직병리를 치유하기 원하는 건전하고 용기있는 행위이다. 조직에서는 조기 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성공한 선진국에서는 부정행위를 발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익명성 신고제도를 권장하고 있다.

차제에 우리 기관들은 조직 내 휘슬블로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이해관계자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는지, 제보자 보호나 이용방법을 교육하고 있는지, 처리절차는 적정한지, 구성원의 신뢰도와 반응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개선하여 활성화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체시스템에 의심과 걱정을 갖고 있다면 선진국과 같이 제3의 전문기관으로부터 아웃소싱을 고려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제3의 외부업체는 안심할 수 있는 제보환경을 제공해 준다. 아울러 시스템 도입과 운용비용을 경감하는 효과뿐 아니라 경영층의 부정비리 행위에 대한 제보가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에 직접 통보된다는 확신을 높인다.

조직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는 먼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일이다. 부정비리가 곪아터져 외부에 노출되고 사정기관의 수사가 착수되었을 때는 명예실추와 더불어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제재가 강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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