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어쌔신’에서 ‘오스왈드 & 발라디어’ 역으로 1인 2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사진제공: 샘컴퍼니)

뮤지컬 ‘어쌔신’서 ‘오스왈드 & 발라디어’ 1인 2역 맡아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국내 실력파 배우들이 모인 뮤지컬 ‘어쌔신’이 연말 공연계를 풍성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는 요즘, 빛나는 외모와 연기력으로 떠오르는 한 배우가 있다. 뮤지컬 ‘어쌔신’에서 ‘오스왈드 & 발라디어’ 역으로 1인 2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이다.

16살부터 연극에 관심을 두고 연기를 시작한 그는 어리지만 당찬 모습으로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의 연기 폭을 넓혀 줄 이번 뮤지컬 역시 강하늘은 놓치지 않았다.

오는 20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는 강하늘을 8일 만나 이번 뮤지컬에 관한 이야기와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어쌔신’을 차기작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이랑 색깔이 비슷하다. 어두운 면도 있지만 블랙코미디적으로 풀어내 관객이 다가가기 쉬운 작품이다. 앞으로 해나갈 작품이랑 필모그래피도 맞고 좋아하는 선배들도 출연해 많이 배울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 

-함께 연습한 출연진 중 친하게 지내며 조언을 해준 배우가 있다면.
뮤지컬계에서는 많이 알려진 배우인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작품을 할 때 같이 했던 윤석원 선배와 가깝게 지내면서 작품과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 ‘비크’ 역을 맡은 정상훈 선배도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다.

황정민 선배는 이번 작품 연출도 맡았는데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조성해줬고, 선배 스스로도 즐겁게 작업하는 게 보일 정도였다. 보기 좋았다. 

-이번 작품에서 ‘오스왈드와 발라디어’ 1인 2역을 맡았는데 부담은 없었는가.
1인 2역을 제대로 해본 건 처음인데 솔직히 부담은 됐다. 하지만 공연에서 1인 2역을 하는 배우를 볼 때마다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배우가 고민할 것도 많아지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표현의 범위도 넓어지게 된다.

배우로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역을 찾았다. 쉽게만 연기하다 보면 배울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두 인물에 차이점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게 오히려 재미있었다.

-오스왈드와 발라디어 역을 소개한다면.
미국에서 생겨나는 사회문제에 대한 반기를 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발라디어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해설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에 반기를 드는 인물들을 타이른다고나 할까. 극 속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나와 있기도 한 자유로운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엔 암살자들의 힘에 못 이겨 존.F.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한 오스왈드로 변해간다.

오스왈드는 암살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이 위험한 것에 끌리는 것처럼 암살자들의 말에 현혹돼 총을 들게 되는 변화과정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연극·뮤지컬 등 무대 공연의 매력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만 조용히 있어도 공기(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관객과 배우 사이의 밀당이라고나 할까. 관객과의 사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반면 스크린에서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섬세해진다. 연극은 온몸이 오픈돼 있어 손가락 하나 움직인다고 해서 맨 뒤에 앉은 관객이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작은 움직임 하나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연기할 때 많이 고민하게 된다.

-자신을 봤을 때 장·단점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는가.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장점이라고 한다면 노래보다는 연기가 나은 것 같고, 단점은 그나마 나은 연기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부모님은 연기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는지.
연기자를 꿈꾸는 사람은 세 번 운다고들 한다. 그중 한 번이 집안의 반대로 눈물을 흘리는 것인데 운 좋게도 나는 그 상황을 비켜갔다. 중학교 때 연극반에 들겠다고 하자 부모님도 연극을 하셨다는 걸 말씀해주셨다.

그전까지는 부모님이 연극을 하셨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버지는 크게 반대는 하지 않으셨지만 ‘힘들지 않겠니’라고만 물으셨다. 피는 못 속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의 이런 반응이 연기를 계속하는 데 용기를 준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는가.
얼마 전 공연이 끝난 후 사전만한 두꺼운 책을 가지고 온 팬이 있었다. 처음 공연했던 작품부터 사진과 티켓들을 모아서 앨범을 만들어 왔다. 그 팬이 힘들고 어려울 때 공연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힘도 얻었다는 글을 곳곳에 적어 줬는데, 그 글을 읽으며 ‘내가 진짜 잘 살아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 앨범은 집에 소장하고 있다.

-지나온 날보다 앞으로 배우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았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아직 배우라는 호칭은 부담스럽다.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것을 이루고 있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서든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것이 꿈인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하다.

배우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날까지 꿈을 접지 않고 이뤄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잘 한다는 거만한 생각에 빠지기 보다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최후에는 스스로가 ‘배우’라는 호칭을 붙여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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