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민국 가족의 행복, 함께 만들어 갑시다”

처음엔 “왜 가족일에 사회가 개입하나” 핀잔도
전국 148, 201개 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리
“지금 나아가는 과정… 서비스 전국 확대하고 싶어”

[천지일보=이솜 기자] “연세를 꽤 드신 분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혹은 슬펐던 순간은 언제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가족과 관계된 대답일 것입니다. 가족이란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또는 불행하게 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저희의 역할은 가족이 행복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은 사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대학에 와서 가족학 전공을 했다.

대학 입학 당시 가족학은 사실 주목받지 않던 과목이었지만, 고 원장은 크게 갈등하지 않았다. 고 원장은 “가족이란 존재는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하니까 선택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 원장의 생각과 달리 처음 가족정책 전문가로 활동을 시작했을 땐 “국가와 사회가 가족일에 개입할 필요가 있나”며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 원장은 이에 대해 “과거에는 결혼하면 애를 낳고 적절한 교육을 시키며 사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이렇듯 당연했던 일들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건강가정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됨에 따라 만들어진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와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이 통합된 기구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현재 148개 건강가정지원센터와 201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건강가정지원센터장과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장 겸직을 했던 고 원장의 입장에서는 크게 바뀐 점은 없지만 민간단체에 위탁돼 있던 센터들이 기관의 모습으로 출범했다는 의미가 있다.

고 원장은 “그렇지만 아직 특수법인이거나 여성가족부의 산하기관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며 “지금은 부처의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나 정식 산하기관이 되면 직접 사업을 정해 예산을 구할 수 있어 욕심이 난다. 지금은 이를 위한 중간단계고,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계획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 대해서 고 원장은 청소년 부모, 한부모,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가족역량강화지원사업을 가장 먼저 꼽았다. 고 원장은 “현재 31개 지역에서만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 서비스를 전국에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목표”라고 말했다.

인기가 가장 많은 사업으로는 ‘언어발달지원사업’을 꼽았다. 이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 중인 사업으로 언어지도사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언어발달 수준을 진단·교육하는 것이다.

고 원장은 이에 대해 “다른 부분에서 더 노력했더라면 지원할 필요가 없는 사업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 원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생활하므로 한국어 구사 능력에 문제가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국인인 아버지가 외국에서 와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에게 ‘애는 엄마가 키우는 거야’라며 양육을 맡겨버려 아이의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로 ‘인식’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인식개선팀’이 신설됐다. 특이하게도 인식개선팀의 교육 대상자는 이주해온 여성들이 아니라 그 외의 사람들이다.

고 원장은 “지금껏 ‘다문화가족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할까?’가 주 고민이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생각이 바뀌고 열려야 하는 부분이 크다”며 “올해는 군부대를 찾아가서 교육을 하고 있는데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입대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반응도 꽤 좋았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다누리 콜센터(1577-5432)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의 후원을 받아 국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을 위해 11개국의 결혼이민자 상담원이 본국의 언어로 통역서비스를 해주며, 지난해 6월 개소했다.

이렇듯 자신의 포부를 당당히 밝히는 고 원장에게도 좌절은 있었다. 특히 전국에 포진돼 있는 몇백 개의 센터를 움직여야 하는 ‘리더’의 자리는 쉽지 않았다.

그는 “조직을 이끌어나가면서 깨달은 점은 나 혼자 열 발자국 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반 발자국이라도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8월이면 임기가 끝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대한민국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데 역량을 쏟겠다는 고 원장. 인터뷰 말미에 고 원장에게 생활 속에서 가족을 화목할 수 있게 하는 팁을 부탁했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표현했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죠. 좋은 점, 고쳐야 할 점 모두 표현해야 하지만 칭찬이나 좋은 점에서 특히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면 어느새 여러분의 집에서도 웃음소리가 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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