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할과 진정한 언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언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 활자로 된 신문이나 잡지 등 지면으로만 소식을 접할 수 있던 시절과 방송 뉴스만이 전부이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언론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핍박과 서러움 속에 살아야 했던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광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언론이다. ‘글로써 깨우친다’는 맥락에서 보면 신문, 잡지 등의 언론은 물론 소설이나 시와 같은 글(문학)을 통해서도 문맹을 깨우치고 절망 속에 희망이 있음을 각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말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높은 문화의 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 말의 앞 문장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높은 문화의 힘’은 남의 나라를 침략할 수 있는 부력이나 강력이 아닌, 평화를 이룰 수 있는 힘임을 알 수 있다. 문화(文化)는 글로써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화란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지 ‘변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사람의 생각을 깨우쳐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높은 문화의 힘이며, 이러한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바로 언론과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다시금 이토록 중요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느냐 하면 바로 이토록 중요한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공정해야 하고, 중도에 서서 모든 것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할 언론이 어느 한 편만의 입장에서 편파적이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사실과 진실만을 보도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언론이 외려 왜곡된 방송과 보도로 진실마저 ‘변질’시키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욱이 평화와 사랑, 희생, 용서 등 세상의 가장 아름답고 좋은 말들을 인용하며 서로 하나 되고 사랑하자고 외치는 종교계, 특히 개신교계 언론이 공정치 못한 보도와 방송을 일삼고 있으니 신앙 밖, 종교 밖의 세상도 웃을 노릇이다. 신앙인들이 도대체 무엇을 보고 믿어야 할지 혼돈이 올 수밖에 없는 것도 이들 교계 언론, 종교 언론의 편파 왜곡보도가 한몫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과거 MBC가 PD수첩을 통해 신천지에 대해 편파, 왜곡 보도한 데에도 한국교회 일부의 입김이 작용했음은 이후 반론 정정보도문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공영방송에까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한국교회이다 보니 기독교 대표 방송이라 할 수 있는 CBS와 같은 경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할 것이다.

지난 10일 강제개종교육으로 종교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는 종교탄압 행위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 대전지부 주최로 열렸다. 강피연은 한국개신교계를 향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는 전국의 모든 이단상담소의 폐지 및 개종목사들의 목사 자격 박탈과 처벌”을 촉구하면서 ‘CBS편파보도·강제개종교육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피연 대전지부 노영미 대표는 “강피연 회원들은 CBS방송의 종교탄압적 편파방송과 일부 몰지각한 목사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아직도 자행하고 있는 강제개종교육의 피해를 알리고자 한다”며 “또한 그 실태를 많은 시민과 언론에 고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CBS도 언론이건만 이들이 결코 공정하지 못한 방송과 광고 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에 ‘강피연’이 나서서 그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고 호소한 것이다. 공정하고 올바른 언론이라면 이 시대를 똑바로 목도하고 그 잘못된 것을 짚어내며 올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수많은 언론 중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언론은 극히 적음을 알 수 있다. 정권과 권력, 부와 교세 등에 얽매여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언론이 과연 진정한 언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장에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받는 오해와 핍박이라면 능히 이겨내는 언론, 그리하여 거짓으로 물들어 빛을 잃어가는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참 빛을 비춰줄 수 있는 언론이 필시 진정한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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