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한껏 자태를 뽐내던 단풍의 절정이 조금씩 지나가고 겨울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새곰새곰 발바닥에 부딪치는 낙엽을 울게 한다. 시간의 도둑질에 놀라 달력을 보니 올해도 12월이라는 단 한 장의 카드만 11월에 숨어 남아있다. 갑자기 후회와 반성의 그림자가 내 마음을 차지한다. 금년 초만에도 올해는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와 희망이 내 눈을 뜨게 하고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발바닥에 밝힌 낙엽보다 더 처량해진 자신을 돌아보게 하니 마음이 어지럽다.

왜 매년 작심삼일(作心三日), 마음 먹은 대로 실천이 안될까? 마음이라는 것이 본래 요괴스러워 절망과 상처만을 주는 것일까!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마음 때문에 보통사람들도 괴로워하지만 스포츠 선수들은 처절한 실패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기도 한다. 수년간 피 같은 땀으로 반복해 만든 스포츠기술이 마음의 장난으로 11m도 채 안 되는 페널티킥을 실축하게 하고, 눈감고도 넣을 수 있는 짧은 퍼팅도 실패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의 결심을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만들고 스포츠 선수를 결정적 순간에 흔들리게 만든 것은 마음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음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생각이다. 사람들은 마음을 한 번만 먹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내일부터 운동하자’ ‘담배를 끊자’ ‘공부를 하자’ 등의 결심이 현실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그런 마음을 한 번만 먹기 때문이다.

매일 마음에 다짐을 하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면 마음의 근육은 점차 커지게 되어 마음먹은 목표를 이뤄낼 의지와 끈기, 그리고 각종 유혹에 대한 절제심이 저절로 생긴다.

음악에서 ‘이삭 스턴(Issac Stern) 규칙’이란 말이 있다. 이는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자인 스턴이 말한 것으로 바이올린 기법이 좋아질수록 반복 연주를 지루해하지 않고 오래할 수 있는 끈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운동을 안 한 사람이 갑자기 운동하면 오래 운동하기도 힘들 뿐더러 금방 지쳐 버린다. 그러나 매일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근육은 부풀어 오르고 하루 종일 역기를 들어도 지칠 줄 모른다. 또한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간만에 책을 읽으면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몇 페이지를 나아가지 못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나 매일 책을 읽어 숙달이 된 사람은 몇 시간씩 계속 책을 읽어도 싫증을 내거나 지치지 않는다. 인내심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음은 뇌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뇌 신경회로는 근육과 같다.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뇌 신경회로는 커지고 강해진다. 수년간 반복을 거듭한 피아노 조련사의 청각피질 신경회로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얽혀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언어중추가, 운동선수는 소뇌와 운동영역을 담당하는 뇌신경회로가 단단하게 얽혀있다.

과거 과학자들은 인간변화의 가능성은 유전자의 한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선입견을 파괴한다. 사다토(Sadato)는 1996년 ‘Nature’란 과학학술지에 시각장애인이 시각만을 담당하는 시각피질 영역에서 소리와 촉감도 처리함을 보고하였다. 또한 일반인들도 눈을 감은 채 5일 동안 생활하도록 하였는데, 이틀도 되지 않아 참가자들이 소리를 듣거나 물건을 만질 때 시각피질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fMRI를 통해 관찰하였다. 2003년 뇌신경과학자 아브람스(Abrams)는 학술지 ‘Discovery’에 혀로 볼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눈을 가린 채 혀로 영상이미지를 보냈다. 이 과정을 반복함에 따라 나중에는 혀를 통한 영상이미지가 뇌로 전달되어 눈을 가린 상태에서 사물의 위치와 주변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굴러오는 공을 10번 중 9번을 눈을 감은 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서다. 정말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나 분명히 사실로 드러난 결과들이다.

우리의 뇌 신경망의 50%는 유전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지만, 나머지 50%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얻어진다. 그리고 그 노력의 대부분은 반복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식사 후 양치질을 하고 멋지고 예쁜 옷을 입는다.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결심을 다짐하며 새로운 마음을 갖는 마음의 양치질을 반복한다면 작심삼일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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