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제레미(37) 씨가 서울역 승강장 안에서 공항철도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목적지 알 수 없는 허술한 표지판… 나가보니 전혀 다른 출구
외국관광객 사상 처음 1천만명 돌파… 영·중·일어 병기해야

[천지일보=장수경·최유라 기자] “Where can I take an airport train. It's complicated(공항철도는 어디로 가서 타나요. 복잡해요).”

6일 오후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승강장 안.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4호선에서 내린 제레미(37, 남, 미국) 씨는 10분째 지하철 안 통로를 헤매고 있다. 벽면에 붙어있는 화살표를 한참 동안 바라보지만,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 건지 헷갈리기만 하다.

어림짐작에 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지만, 잘못된 출구다. 다시 계단에 내려온 그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몇 번이고 되물어 공항철도로 올라가는 출구를 찾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그는 이미 지친 듯 보였다.

제레미 씨는 “오른쪽으로 가는지, 왼쪽으로 가는지 표지판을 알아볼 수 없다”며 “(표지판이) 대부분 한국어로 돼 있어 굉장히 헷갈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영어로 글씨가 크게 쓰여 있으면 좋겠다”며 “외국인 대부분이 서울역에서 길을 못 찾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공항철도가 운행 5년 8개월여 만에 누적이용객 1억 명을 돌파했다. 코레일공항철도는 지난 2일 “개통 후 2051일째인 1일 오후 누적이용객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외국 관광객이 사상 최초로 1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상당수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 환승구간을 지난다. 그러나 게이트 역할을 하는 서울역 환승구간은 내국인이 봐도 헷갈리는 표지판이 즐비하다.

외국 관광객 상당수는 일본인이나 중국인이지만 이들을 위한 표지판은 찾기 힘들다. 그나마 영문표기도 표시가 모호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역 환승구간을 이용하다보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난처해하는 외국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현재 문구나 디자인 표지판을 통일화하고 있으며, 그림 문자(픽토그램) 등을 통해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 레세고(18) 씨와 그의 태권도 사범이 서울역 안에서 무거운 짐이 든 가방을 양손가득 들고 힘들게 걷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짐 가방이 많은 외국인도 서울역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개최한 ‘국제태권도대회’에 참가했던 레세고(18, 남, 남아프리카공화국) 씨는 그의 사범과 함께 KTX와 공항철도를 이용해 국제 인천공항에 가려 했다.

레세고 씨는 짐이 가득 담긴 6개의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가방이 꽤 무거워 KTX에서 공항철도까지 가는데 카트가 꼭 필요했다. 하지만 코레일공항철도 측이 고객을 위한 카트를 운행하지 않아 레세고 씨는 그의 사범과 가방 3개를 각각 나눠 들고 이동하게 됐다.

그는 걷는 내내 표지판을 주시했다. 하지만 방향표시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한쪽 벽면)에 있어 가방을 든 채 여러 번 두리번거려 길을 찾았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했지만 이동 구간이 너무 길고 복잡했다. 이 때문에 그는 수차례 짐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레세고 씨는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나, 필요한 물건을 산 외국인에게 카트는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서울역은 외국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표지판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위치 선정이 잘못된 거 같다”며 “‘몇 킬로미터(㎞) 왼쪽’이라는 문구처럼 자세히 표시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멜로디(22) 씨가 일회용 교통카드 이용시 공항철도에서 지하철 1·4호선으로 환승이 안돼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공항철도에서 1·4호선을 갈아타려다 일회용 교통카드 환승이 안 돼 불편을 겪은 외국인도 있었다. 특히 서울역 방면 공항철도를 탈 때 일회용 교통카드 환승에 대한 안내방송이 한국어로만 나와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국에 온 지 4개월 된 멜로디(22, 여, 말레이시아) 씨는 “명동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일회용 교통카드 환승이 안 돼 당황했다”며 “(공항철도에서) 교통카드가 사용이 안 된다는 안내방송이 중국어나 영어로 나오지 않아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자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오는 공항철도에서 안내방송과 LCD 모니터 화면을 확인해 본 결과 한국어로만 방송이 나왔다. 영어나 일어, 중국어는 들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코레일공항철도 측은 외국인의 서울역 이용 불편 사항에 대해 인정하는 듯한 눈치였다. 이에 코레일공항철도는 2013년 말경 공항철도와 지하철 1·4호선을 연결하는 환승 통로(지하3층)를 완공할 예정이다. 완공 후 일회용 교통카드 환승금액은 일반 교통카드 사용 금액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항철도 내 카트 사용은 환승 통로 완공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순근 코레일공항철도 홍보실장은 “스크린도어(안전문) 걸림, 교통 방해 등의 안전 문제 때문에 현재 카트 이용은 어렵다”며 “하지만 환승 통로가 개설되면 사람들이 환승 통로를 이용하므로 엘리베이터를 통한 카트 이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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